올들어 수출증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하반기 무역수지적자는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설정한 무역적자 목표치 70억달러(통관기준)는 이미 무너졌다.

6월말로 이미 79억2천9백만달러에 달했고 이대로 가면 1백억달러를 넘는건
시간문제다.

최근 국책및 민간연구소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반기 무역수지적자규모가
우려할 수준을 훨씬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통산부는 하반이엔 평균으로 "군형"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은 "터무니없는 낙관"으로 모아진다.

국책연구소들도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무역수지적자는
12억달러(국제수지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하반기들어 엔화 약세기조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철강등 주력 수출상품의 공급과잉 상태가 크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출증가율이 상반기에 비해 낮아져 11.6%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수출증가율 28.1%에 비하면 거의 절반 이하로 급락한
것이다.

설비투자가 크게 둔화되면서 수입증가율도 지난해 하반기의 27%보다 크게
낮은 9.5%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주요 수출상품의 국제가격 하락과 주요 교역상대국의 수입수요 감소
등 수출환경 악화로 하반기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무역수지적자규모가 무려 15억달러(국제수지
기준)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하반기들어 원화 고평가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세계교역증가율이 지난해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에 따라 수출증가율이
8.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도 설비투자, 수출 신장세의 위축에 따라 다소 꺾일 것이나 유통시장의
본격 개방으로 인한 소비재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수입증가율은 10%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대우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사회연구원도 하반기 무역
수지적자가 7억달러수준(국제수지기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대우경제연구소는 하반기 수출증가율이 평균 6.6%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밝혀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연구소들에 따르면 OECD가입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급속한 대외개방과
함께 선진각국의 각종 무역규제에 따라 당장은 무역수지악화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 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