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회사의 임금을 경매대금으로 대신 갚아준 은행은 다른 채권은행으로
부터 임금 일부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은행간 임금채권 공동변제를 사실상 인정한 판례로 관련은행들이
잇달아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민사2부는 최근 서울은행이 상업은행을 상대로 낸 배당이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우선변제권은 임금채권을 행사하는 근로자만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근로자가 아닌 대위변제자에게 임금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상업은행의 상고를 기각, "상업은행은 서울은행에 20억9,000만원
을 주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연합철강및 포철이 서울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업측 대위변제자에게 임금요구권을 인정했으며 은행측 대위변제자의
권리를 인정한 건 이번 판결이 처음이다.

서울은행은 지난92년 부도가 난 (주)성화 근로자들의 미지급임금및 퇴직
임금을 경매시 우선 변제한후 성화의 또 다른 채권은행인 상업은행의 담보물
처분으로부터 배당금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은행들은 이같은 판결로 인해 임금채권을 변제하지 않기 위해 채권은행들이
경매를 늦추던 이제까지의 관행이 조기경매쪽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