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발표직후 거행된 토론에서 업계 대표들은 일반기계부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대/중소기업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업체와 공급업체간 유기적인 협력체제의 구축, 대/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공동개척, 민관공동의 기술개발체제 구축 등이 일반기계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

업계대표들은 저가품에선 중국에 좇기고 고부가가치제품에선 일본 등에
밀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긴 하나 해외시장에서의 애프터서비스망 확충과
전략상품 개발이 뒷받침될 경우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재윤 통산부장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는 산/학/연 대표 2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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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윤 통산부장관 =아무래도 무역업체들이 한국산 일반기계의 경쟁력을
실감하고 있을 텐데 기계류를 수출할 때 겪는 애로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최종인 두산상사사장 =주지하고 있다시피 기계분야는 대일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기계를 통채로 들여오는 경우가 허다할 뿐만아니라 설령 국내에서 제작한다
해도 핵심부품은 일제를 사용하는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다보니 엔고현상이 나타나도 수출에 별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품값이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동남아 인도등지에 대한 수출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물론 이들 시장의 개척도 애프터서비스센터의 구축등 현지 마케팅의 강화가
뒷받침돼야 가능합니다.

현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도 열심히 참석해야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전시회 참가비용이 5천만~6천만원으로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엄두는 낼 수없어요.

따라서 대.중소기업이 연계해서 참가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것으로 봐요.

국제규격이나 인증의 획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공업진흥회등이 중심이 돼 중소기업의 해외인증 획득을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기업들이 국제인증규격을 획득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품개발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특허기술을 업계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합니다.

<> 유철웅 해태상사사장 =동남아 서남아 중동 등지의 나라들은 한국산
일반기계류와 플랜트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소한 결함이나 애프터서비스가 잘 안돼 실제 상담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예컨대 패킹을 잘못해 제품에 녹이 슬었다든지, 조립과정에서 한가지 부품
이 빠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과 거래경험있는 바이어들은 벌써 한국산을 외면합니다.

비싸도 선진국 제품을 사겠다는 거예요.

동남아 서남아 중국등의 시장개척을 위해서는 싱가포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이들 지역의 바이어들이 몰리는 전략거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세워야 합니다.

플랜트 수출시 기술을 한꺼번에 넘겨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본업체들은 플랜트를 수출 할 때 한꺼번에 기술이전을 하지 않고 단계적
으로 넘겨줍니다.

단계별로 관련기자재를 팔아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지요.

그러나 우리기업들은 한번에 모든 기술을 가르쳐 줍니다.

수출업체가 생산업체에게 플랜트 수출 때 단계적으로 수출해 달라고 요구
하지만 협조가 잘 안돼요.

메이커와 수출업체 모두 이점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 이강훈 효성물산부사장 =수출과 관련해서 앞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격경쟁력의 약화라고 봐요.

고가제품이 인지도에서 선진국 제품에 밀리는 상황에서 저가제마져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습니다.

결국 세계시장에서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거지요.

시장확대 전략을 바꾸어야 합니다.

동남아시장에서는 가격에서 밀리고 있으므로 선진국 시장을 노크해야 한다
는 겁니다.

미국의 자동차메이커와 독일업체들에 납품을 하게 되면 세계적인 품질을
인정 받게 돼요.

다른 시장은 자동적으로 개척되는 거지요.

가격상의 불이익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 박장관 =더 큰 문제는 비가격경쟁력이라고 보는데 기술과 품질수준은
어떻습니까.

<> 안종원 (주)쌍용사장 =기술및 품질수준은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뒤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시스템엔지어니어링 제어기술이 크게 낙후돼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이 협력해서 중장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일본이 경쟁력약화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이전하려는 품목을 적극
발굴해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현재 엔화가 달러당 1백9~1백10엔대로 엔저현상을 보이고 있더라도
고임 고지가 등으로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가 많다고 합니다.

중소기업들은 해외이전하려는 일본기업들과 접촉해서 기술을 유치하는데
힘쓸 필요가 있어요.

은퇴한 일본 기술자들을 유치하는 것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는 은퇴한 기술자를 위한 전업관련 기관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들 기관을 이용하면 쉽게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또 일본이 이전하지 않으려는 기술은 유럽등에서 들여오면 됩니다.

금융지원도 일본에 비해 미흡합니다.

예를들어 수출입은행에서 지원하는 수출금융의 경우 금리가 경쟁국에
비해 비싸고 연불금융 할부금융은 아직 원시적 단계에 그치고 있습니다.

수출금융의 경우 국가별 특성을 감안해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저금리의 지원자금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도
늘려야 하고요.

<> 박장관 =그러면 국산기계류의 품질및 기술수준이 왜 낮은지는 점검해
보죠.

<> 유환덕 LG기계사장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냉동공조의 경우 패키지관련
기술이 취약합니다.

특히 핵심부품인 콤프레서는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냉동공조기의 수출을 늘리려면 핵심부품인 콤프레서를 국산화해야
합니다.

산업용 냉동공조의 경우엔 일본이 우리와 같은 흡수식을 사용하고 있어
수출시장이 충분합니다.

또다른 핵심부품인 스크류 로터리 타입등도 미국과 일본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산요 미쓰비시등은 전세계 시장의 70%를 과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산화를 하고 있지만 프레온가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합니다.

메이커들도 부품을 표준화하고 규격을 단순화시켜 규모의 대형화를
이룩해야 합니다.

정부는 업체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이 해외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고요.

전세계 냉동공조시장은 46조원에 달합니다.

기술개발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요.

<> 박인철 한국미싱사장 =세계미싱시장은 고가와 저가시장으로 양분돼
있어요.

고가시장은 일본과 독일이, 저가시장은 중국 대만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가시장 확보를 위해 독자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국산화에 힘쓰고 있으나
그러나 고가시장의 주력품인 자동기계의 컨트롤부문 설계능력이 취약합니다.

이 분야를 포기하고서는 국산화를 이룩할 수 없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어요.

기업 대학연구소등이 협동해서 기술자립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 유상부 삼성중공업사장 =세계 건설기계 시장은 5백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시장이에요.

그러나 이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2개업체가 전체 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국내건설업계는 아직도 핵심부품과 엔진 동력전달계통 유압계통 특수소재
부문등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전체 수입액중 40%는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지요.

정부가 지난 80년대후반 2백만호 주택을 건설하면서 건설기계메이커들이
앞다투어 시설을 확충했습니다.

이로인해 업체들은 공급과잉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굴삭기의 경우엔 생산이 수요를 2배나 웃돌 정도입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시장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갑작스레 추진하다보니 애프터서비스가 제대로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술력을 보강하기 위한 연구개발투자의 확대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일본과 미국등 선진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워 현지 수요자의 감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도 펴야 합니다.

<> 윤영석 대우그룹총괄회장 =공작기계 생산기술은 80년대이후 추진해온
기술개발에 힘입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기계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기술은 매우 취약한 편입니다.

공작기계는 수요가 제한돼 있고 주문에 의해 생산하므로 판매확대등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따라서 세계각국은 공작기계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초창기엔 업체들이 수출에 성공하든 못하든 시장개척에 주력
하도록 자금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공작기계업계는 핵심부품인 컨트롤러 서브모터등에 개발의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대일의존도를 줄이지 않고서는 기술자립화를 이룩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CNC컨트롤러의 국산화에 나선 것도 그 일환입니다.

2000년 이후에는 설계기술의 자립화를 이뤄 이분야에서의 만성적 무역적자
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공작기계업계의 내수와 수출을 늘리기 위해 국제수준의 전시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 박장관 =좋은 지적입니다.

정부는 총 1천억원을 들여 2만평규모의 국제수준의 전시관을 건립하는 방안
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근교나 경기도에 교통 통신등이 좋은 지역을 골라 추진중입니다.

<> 선우현범 대림엔지니어링사장 =플랜트 기자재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엔지니어링업체들이 외국에서 대형 플랜트를 수주해도 국산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예요.

최근 대림이 한국중공업과 수천만달러어치의 플랜트기자재 납품상담을
벌이다 중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림 대신 말레이시아업체와 계약을 맺은거예요.

<> 박장관 =이제 기계류의 기술수준을 비교분석해 볼까요.

<> 남준우 국민대교수 =기계류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핵심기술은 외국에서 들여오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안이한 발상은
지양돼야 합니다.

누가 금고열쇠를 남에게 주겠습니까.

원천기술은 살 수 없다는 각오를 갖고 기술자립에 주력해야 합니다.

기계류산업 육성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국산개발 고시품목제도도 세분화
시켜 추진할 필요가 있어요.

<> 한동철 서울대교수 =국산화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종합적인 기획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국산화에 성공하고 제품화됐을 때 경쟁력을 갖느냐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박장관 =기업과 학계대표의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이제 정부관계자의
기계산업 육성정책과 방향을 들어보겠습니다.

<> 변양호 재경원산업경제과장 =정부는 수입대체 품목개발보다 수출형
품목개발에 지원을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내년엔 중기구조 조정자금으로 2조원을 지원할 예정이어서 기계업체들이
많은 도움을 받을 겁니다.

<> 이건우 통산부기초공업국장 =국산화개발 품목지정 고시 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품목을 많이 지정하는데 치중했으나 이제는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품목이 선정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 박장관 =기계산업의 발전과 기술개발을 촉진하는데는 정부의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고비용 구조를 하루빨리 해소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플랜트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방안도 강구하겠습니다.

< 정리=이의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