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산 좋고 물 맑은 경남으로 오세요"

작년 여름 광고업계에서 화제가 됐던 경상남도의 관광광고 문안이다.

지방자치시대 개막직후 방영된 이 TV광고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기업광고와는 달리 상품이 아닌 지자체를 홍보하는 광고였기 때문이었다.

경남도는 이 광고가 호평을 받자 올해도 7월중 텔레비젼에 관광광고를
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작년에 출연했던 가수 현철 대신 김혁규지사가 전면에 나서
피서지 선택문제로 고민하는 시청자들을 공략하게 된다.

경남도의 관광광고에서 보듯 지방자치시대 개막후 자치단체들은 앞다퉈
기업의 경영기법을 행정에 도입하고 있다.

행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지자제 실시후 시.도의 간부들은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광주시 실.국장들은 비아첨단산업단지에 대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30대
그룹을 상대로 설득공세를 펼쳤으며 대구시 간부들은 섬유산업 퇴조로 인한
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 독일 벤츠와 지멘스의 공장을 유치하는데 발벗고
나섰다.

지자체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이다.

인천시의 경우 작년말 조직개편때 수출지원계를 신설하고 (주)대우와
공동으로 올해 13회에 걸쳐 중소기업 시장개척단을 파견키로 했다.

서울시도 지난 4월 북미사절단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자 통상외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해외시장개척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지역에서 생산된
중소기업 제품이나 특산품이 잘 팔려야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는 보기 때문
이다.

자치시대 개막후 지자체들은 정책도 상품처럼 판매하고 있다.

훌륭한 정책이라도 주민들이 이해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성공할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순 서울시장은 최근 텔레비젼 광고에 출연,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호소
하고 있다.

조시장은 자동차가 길을 꽉 메운 지금으로서는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는
도리밖에 없다며 사회저명인사 1천명에게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지자체가 안고 있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자면 돈이 필요하다.

관광홍보나 투자유치, 해외시장개척도 궁극적으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
함으로써 세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다.

아예 수익사업에 팔걷고 나선 지자체도 많다.

창원시는 시청앞 광장에 광고탑을 설치하고 골프연습장을 직영함으로써
수익금을 걷어들이기 시작했고 경북 청송군은 32억원을 들여 낙과를 이용
하는 사과쨈 가공공장을 건설, 수익을 기하고 있다.

또 인천 남동구는 관용차량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으며 서울 강서구는 지난달 교통시설관리공단을 설립, 주차장 견인사업소
마을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전북 완주군은 24%에 머물고 있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돈벌이가 될만한 사업을 적극 발굴키로 하고 "경영행정기획단"을 만들었다.

지자체가 돈벌이에 눈을 돌리는 것은 민선시대를 맞아 주민들의 요구는
많아진 반면 재정수입은 한정돼 있기 때문.

주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속셈으로
수익사업에 손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수익사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익을 지향하는 지자체로서는 기업과는 달리 이윤만 꾀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적자노선에 시영버스를 투입하고 있는 고양시의 경우 이윤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간과 돈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도 지자제 실시후 달라진 모습이다.

가령 대전시는 시장 전결사항을 대폭 축소, "실.국장 중심의 책임행정"을
추구하고 있으며 대전 동구는 회의운영회수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기업의 다운사이징 기법을 도입하는 사례도 있다.

광주시는 지난 1년간 공무원 5백11명을 감원했으며 줄어든 인원을 지하철
건설등 신규사업분야에 투입함으로써 인력충원으로 인한 경직비 증가를
막았다.

지난 1년간 지자체들은 관치시대에 비대화된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재배치함으로써 행정효율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대부분 내부반발을 우려, 조직을 과감히 개편하지 못하고 시늉만
내다가 그치고 말았다.

조직을 개편한 지자체들도 공무원들의 의식개혁이 뒤따르지 않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정희수연구원은 "지역특성을 감안할때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나 문제해결이 시급한 분야에 인력과 재원을 더 많이 배분해야 하는데
내부반발 때문에 그만두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