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종합터미널의 최석산사장(61)에게 컴퓨터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육사12기 출신으로 청춘을 모두 군대에 바친 그가 컴퓨터에 관한
명강사 명저자로 제2인생을 개척하도록 도와준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30여년의 군생활을 끝내고 지난 82년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그가 사회에서
얻은 첫 직장은 서울종합터미널.

당시 그의 나이 50세.

최사장은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수 있을 것인가를 찾다가 컴퓨터를
배우게 됐다"고 들려줬다.

표를 팔고 요금을 계산하는게 터미널의 주업무.

이 업무를 전산화하면 경비도 절감하고 일의 효율도 높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컴맹이던 그가 컴퓨터 명강사와 명저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 사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물론 처음부터 컴퓨터 전문가가 돼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전산화하는 방법을 알아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이 그를 배움의 길로
이끌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시스템공학연구소의
서울교육센터.

"안내하는 아가씨한테 어떤 사람들이 와서 배우냐고 물었더니 "자제분이
배우실 겁니까"라고 되묻더라고요" 아들뻘 되는 학생들과 배우는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장성출신의 뚝심으로 석달동안 회사와 집을 오가는 시간외에는
컴퓨터와 붙어살다시피한 덕에 스스로 프로그램을 짤수 있는 실력이
됐다.

사관학교 교관시절 서울대 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던게 큰도움이
되기도 했다.

최사장은 그러나 회사업무 전산화는 직접 짠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응용프로그램을 사다쓰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로터스라는 표계산용프로그램으로 만든 대금 정산프로그램이 그의
첫 작품.

d베이스를 이용한 급여프로그램과 50여개 창구에서 오차없이 표를 파는
프로그램등은 그가 정열을 쏟아 만든 작품들.

대형컴퓨터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PC는 "장난감"이라고 믿던 당시에
업무 전산화를 주도하는 PC용 프로그램의 잇단 적용은 장안의 화제가 됐다.

PC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터미널 앞으로 연일 찾아왔다.

"봉사를 한다는 생각에 강사료를 받지 않고 가르쳤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반납할 정도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방학때는 서강대등 일부대학 교실을 빌리기도 했다.

명강사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영진출판사를 통해 프로그래밍언어인 클리퍼에 대한 설명서를 펴냈다.

"회사 업무를 전산화한다고 할때 경영자들은 좋은 컴퓨터와 전문기술자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영자 스스로 컴퓨터에 대한 기초상식을 가져야 합니다.

전직원이 컴퓨터를 다룰 수 있도록 교육하는것도 중요합니다.

컴퓨터전문가보다는 컴퓨터를 사용할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요"

최사장이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