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서비스를 놓고 한국통신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데이콤은
최근 이색 광고를 신문에 게재했다.

시외전화 "082"를 선전하는 광고의 한구석에 전화기 제조업체인 맥슨전자를
등장시킨 것이다.

맥슨이 생산한 신형 전화기를 사용하여 시외전화를 걸면 082를 누르지
않아도 데이콤을 이용할 수 있다며 맥슨의 제품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시외전화를 할때 한국통신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데이콤을
이용할지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달려있는 것.

선택스위치를 데이콤에 놓고 시외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082가 눌러진다.

전화요금은 싸지만 지역번호 앞에 082를 더 눌러야 하기에 사용이 불편
하다는 취약점을 가진 데이콤으로선 맥슨의 신형제품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데이콤은 082서비스 광고에 맥슨전화기를 등장시켰다.

맥슨전화기를 쓸수록 082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맥슨도 공짜로 자사제품이 선전되는 무임승차의 즐거움을 누렸다.

데이콤과 맥슨의 공동광고는 "공생(Symbiotic)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업종은 다르지만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가진 기업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경우다.

서울지역 "015" 삐삐(Beeper) 공동사업자인 서울이동통신과 나래이동통신
은 최근 CT 2(발신전용휴대전화) 서비스사업권을 따낸 뒤 "앞으로 더욱
좋은 서비스를 하겠다"는 내용의 공동광고를 냈다.

두회사의 공동광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삐삐사업권을 처음 따낼 때부터 중요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광고를 함께
내고 있다.

전국의 10개 "015" 무선호출사업자가 공동으로 광고를 하는 경우도 많다.

광고비용은 10개 업체가 매출액에 비례하여 부담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12월엔 공동기술연구소를 설립했는가 하면 무선호출 중계를
위한 기지국도 나란히 건설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긴밀히 맺고 있다.

서울이동통신 기획실의 김경호씨는 "영업현장에서는 한발짝도 양보할
수 없지만 한국통신의 "012"에 대항하여 "015"라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뭉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생마케팅은 광고외에 판촉프로모션을 같이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는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백화점업계의 맞수기업인 신세계와 현대는 작년 가을세일때 모피와
피혁제품을 공동으로 판매했다.

20여개 브랜드의 제품을 양사 매장에서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광고및
애프터서비스 반품교환도 공동으로 처리한 것이다.

두 회사가 모피제품을 한꺼번에 납품받음으로써 구입가격을 낮추고
판매도 늘려보자는 의도였다.

신세계와 현대가 보여준 "적과의 동침"은 유통시장 개방을 앞두고
백화점업계가 벌인 첫 공생마케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공생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업종은 신용카드이다.

카드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각종 제휴카드가 그것이다.

항공회사와 손을 잡은 마일리지서비스를 비롯 여행사 음식점 통신업체등
제휴업체도 다양하다.

카드회사로서는 자사카드의 사용빈도를 높이고 제휴업체 역시 매출을
늘릴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오리콤 데이콤팀 여민수대리는 "기업들이 공동사업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공동광고도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공동
광고의 경우 자칫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강도가 약해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 힌트 코너 >>

** 트레일러 광고 **

트레일러(Trailer) 광고는 하나의 광고에 여러개의 제품이 나온다는
점에서 여러기업들이 참여하는 공동광고와 비슷한형태를 보인다.

동일회사가 주력제품의 광고를 하면서 같은 범주에 속하는 다른제품도
곁들여 광고하는 방식이다.

책광고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소설 "태백산맥"을 선전하면서
"아리랑"이나 "사람의 아들"도 재미있다고 끼워넣는 식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