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로 금융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데도
금융기관들이 비상시에 대비한 예비전산센터(백업시스템)를 갖추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백업(Back-up)시스템이란 한마디로 고장이나 재해에 대비한 예비시스템
이다.

과거 조선시대에 왕조실록을 분실에 대비해 4대 서고에 분산시켰던 것과
같은 개념이다.

화재가 발생해 은행이 모두 불탔을 경우 고객이 거래실적을 담은 컴퓨터
시스템도 역시 망가질수 밖에 없다.

이때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는 예비시스템이 있어야 금방 복구가
가능해지고 정상적인 은행거래가 이루어질수 있다.

증권전산이나 상업은행의 전산장애가 즉시 복구안된 것도 백업을 해주는
전산센터가 별도로 없기 때문이다.

이들만이 아니라 국내금융기관중 백업센터를 갖춘 곳은 한국데도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산선진국은 백업센터가 잘 돼있어 재해가 발생해도 업무복구가 금방
이루어진다.

지난해 일본 고베지진때 쓰미토모은행은 오사카전산센터가 피해를 입었으나
동경센터에서 곧바로 백업을 해서 손실을 거의 보지 않고 고객과 거래를
계속했다.

92년 샌프란시스코지진때 미국의 BOA(Bank of America)는 샌프란시스코에서
50km떨어진 콩코드은행에서 8시간만에 시스템복구를 마쳐 샌프란시스코지점
들이 신속히 고객업무를 볼수 있었다.

국내만해도 삼성그룹이 과천전산센터의 사고에 대비해 이달 11일 구미정보
네트워크센터란 백업시스템을 구축하고 과천센터와 정보를 2초마다 서로
주고받고 있다.

LG 현대 동양그룹등 일반기업들도 각각 별도의 백업센터를 건립중이다.

그러나 남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권에서는 은행에 백업센터를 지으라고
재촉하는 한은이 이제야 겨우 대전에 백업용 전산센터 건립을 추진중일
뿐이다.

은행들이 전산사고가 초래할 재앙을 몰라서 백업용전산센터를 안세우는
것은 아니다.

"은행경영진이 자기재임기간동안 엄청난 돈이 드는 전산투자를 안하려는데
원인이 있다"는게 한은관계자의 진단이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상업은행은 현재 잠실별관에 있는 전산센터의
절반규모로 백업용전산센터를지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땅값과 건축비 주전산기1대값만 2백억원이 넘는다.

여기다 인원과 회선설치등을 감안하면 실비용은 3백억-4백억원의 족히
된다는게 상은관계자들의 계산이다.

따라서 백업시스템구축을 위해서는 은행경영진의 인식전환과 정부차원에서
백업용전산센터를 짓는 금융기관에 유인책을 주는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7월에 ''금융기관전산망 안전대책강화 종합방안''
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