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동부 미국 접경지역의 소도시 케레타로에 위치한 대우전자
냉장고 공장.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꼬박 2시간을 달려야 겨우 흰색과 푸른색으로
페인트 칠을 한 대우전자 입간판이 눈에 띈다.

공장바닥은 마치 호텔방처럼 깨끗하게 정돈돼 있다.

강판이 절단되면서 나는 요란한 굉음마저 없다면 이곳이 과연 냉장고
제조공장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냉장고 한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공정은 발포에서
포장까지 무려 2백31개.

그러나 이 공장에선 복잡한 공정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일자형 라인이 길게 뻗어 있을 뿐이다.

눈의 띄는 공정은 강판투입 발포 조립 포장등 5~6가지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정은 모두 숨어 있다.

일자형 주라인 중간중간에 지네발처럼 이어져 있는 부공정(서브공정)이
바로 숨어있는 공정에 해당한다.

케레타로 공장 생산혁명의 비결은 여기에 있다.

냉장고는 각 서브공정에서 조립된 부품들이 주공정에 투입되면서
완성되는 시스템.

이 공장은 서브공정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라인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케레타로에서 만들어지는 냉장고는 연간 10만대 규모.

생산사이클타임은 9.17 시간당 4백세트다.

냉장고 한대가 완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인 셈이다.

반면 동일한 모델을 생산하는 국내 인천공장의 경우 6시간 이상이
걸린다.

서브공정을 단순화해 전체 라인길이를 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체 라인 길이는 총 1백31m.

인천에 있는 대우전자 냉장고 라인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근무하는 종업원은 관리직을 포함해 1백1명.

국내 공장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케레타로 공장이 처음 가동된 것이 지난해 9월임을 감안하면 3개월만에
본사 이상의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케레타로 공장의 생산성이 조기에 궤도를 찾은 데는 이 공장의 과감한
현지화 운영방식도 단단히 한몫했다.

"공장 가동 초기엔 한국관리자들이 교육을 맡았었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래도 현지인들의 문화에 익숙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현지인들이 교육을 담당하게 되면서 업무상의 로스를 상당부분 줄일수
있었다"(이강춘 케레타로 공장 자재과장)

단체생활에 익숙지 않은 현지근로자들에게 공장의 조직문화를 불어넣기
위해 "하이 스피릿 운동"등과 같은 생산성 높이기 운동도 병행했다.

이 운동의 핵심은 라인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의 컨디션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한 것.

물론 회의는 전적으로 자율에 맡겨진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현지 근로자들도 이제는 완전히 적응해 컨디션이
좋을땐 스스로 나서는 "자율성"을 보이고 있다.

케레타로 공장의 목표는 내수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하는 것.

"마베" "비트로"등 현지브랜드가 최대경쟁자다.

"베스트 퀼러티, 베스트 스피릿"(최고의 제품은 최상의 정신에서)은
케레타로 공장 한가운데에 걸려있는 캐치프레이즈.

머나먼 이국땅에서 펼치고 있는 대우전자 신생산혁명의 깃발이자 현지
브랜드에 도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 케레타로(멕시코)=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