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합병을 통한 금융기관 대형화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이 다시한번
확인됐다.

15일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강원도 용평에서 열린 금융정책/경영 워크숍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학계 금융계 인사들은 합병방식이나 형태, 인원정리
등에 대해 서로 상충되는 의견을 제시, 앞으로 금융기관합병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 합병대상 은행 =민상기서울대교수는 "국제적으로 보면 국내은행은 아직
소규모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형은행이 소형은행을 합병하는 것보다 대형은행끼리 합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위성복조흥은행상무는 "한국의 특성상 대형은행끼리의 수평적
합병은 불가능하다.

대형은행과 소형은행의 수직적 합병정도가 가능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질의자로 나선 정연근국민은행부부장도 "보완적인 대응합병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구제형 합병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14일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키기보다는 합병이나 전환을 유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힌데 대해
반론들이 쏟아졌다.

민교수는 "일본에서 많이 쓰는 구제형 합병은 가장 위험한 합병방법이다.
부실은행을 합병하면 정부는 편하지만 합병이전의 문제들은 그대로 안고
가게 된다"고 말했다.

"합병에 대한 사회적분위기조성이 안돼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부실은행의
도태를 실증적으로 보여줘야 한다"(위상무)

"대기업은 탈은행화로 리스크가 커지는데 리스크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게
옳다. 경영내용을 공시해 예금주나 시장에 의해 스스로 퇴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천진석 하나은행상무)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대해 이윤재 재경원 은행 보험심의관은 "효율적인 합병이 아닐수도
있는데 효율적으로 경영할수 있게 하는 장치가 가능한지 연구해 봐야 한다"
고 말했다.

<> 정리해고 =금융기관 합병이 이뤄지기 위해선 정리해고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대 민교수는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과 일본도
마음대로 해고하지 않는다. 이를 지나치게 문제삼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경영자들이 더 문제"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재경원 이심의관도 "금융기관 합병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도 직원들을
인위적으로 해고하지는 않는다. 그대신 자연적인 감축을 위해 노력한다"며
"제도보다는 경영진의 의지와 추진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합병의 주도 =재경원 이심의관은 "정부는 금융기관합병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합병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데도 합병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조흥은행 위상무는 "경영진이 합병에 소극적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경영진의 의사가 집약된 자율적 합병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