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부총리와 재계 중진들간의 14일 간담회는 최근 국제수지 적자 확대와
경기급랭 등 경제현안의 최대 원인이 금리 임금 물가 등 고비용구조에
기인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와 재계측은 다같이 올 하반기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따라 경제현안에 대한 분야별 해법과 경쟁력강화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대기로 했다.

이 점에서 이날 간담회는 일단 경제활성화를 위한 시의적절한 회동으로
풀이된다.

이는 나부총리가 물가 안정과 금리 하향안정화 등에 경제정책의 중점을 둘
것임을 강조하고 재계 총수들도 대기업이 임금및 노사관계 안정에 선도적
역할을 다할 것임을 다짐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재계 총수들이 근로자들의 근로윤리 회복을 강조한 것은 이 문제가
경쟁력강화의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인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경쟁력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윤리까지 실종될 경우 한국 경제가 회복불능의 단계까지 갈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은 고금리등 고비용구조와 노사안정
문제.

총수들은 일본 대만 등에 비해 2~3배 높은 고금리로는 무한경쟁시대에
선진 초일류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며 금리안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빚 부담이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선진기업과 맞서 국제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들의 발목을 붙들어 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L그룹 회장이 "현재와 같은 고금리로는 일본기업과 도저히 싸워 이길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최근 시중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나부총리는 이에대해 통화정책을 통화량중심에서 금리지표중심으로 전환
하는 등 금리하향화에 노력할 것임을 다짐했다.

기업들의 최대 애로사항인 금리안정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함께 임금안정및 노사관계 안정에 합심노력키로 의견을 같이 한 것도
최근 생산현장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노사분규의 불씨를
조기에 진정시키는데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민주노총소속 일부 기업과 공기업부문 노조(공로대)들이 파업을
결의하는 등 산업전선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는데 따른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나부총리는 이와 관련, "임금상승률이 작년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 밖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대기업들이 임금 안정에 선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총수들은 이에 대해 최근 과격 노동단체들의 노동운동이 강화되고 있고
노동법도 지나치게 선진국형으로 돼있어 기업경영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장들은 경쟁력 강화에 직결되는 임금 안정과 산업평화 분위기 조성에
재계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환율안정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키로 한 것도
의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계기로 주력 업종인 자동차 조선 등 중공업
부문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크게 고전하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인위적인 환율 조정은 힘들지만 탄력적인 환율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약속했다.

재계는 경제 현안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비용구조를 부채질
하고 있는 각종 규제 완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의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