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 코스트다운의 파고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최근
유통부문의 마케팅 기법을 과감히 도입하기 시작했다.

제조업계에 이른바 데이터베이스 (DB) 마케팅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DB마케팅이란 불특정다수에서 우량고객을 골라내기 위한 마케팅
기법이다.

잠재고객에 대한 각종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대우자동차가 도입한 "테스트 드라이버제"는 대표적인 예다.

100명의 고객을 선정, 1년간 에스페로 자동차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게 "테스트 드라이버제".

테스트드라이버는 100명 뿐이었지만 이에 응모한 이는 무려 43만명
이었다.

대우는 이같은 42만9천9백명의 "떨어진" 응모자에 주목했다.

이들은 결국 차량소유를 원하는 "잠재고객"이란 판단에서다.

대우는 우선 이들에게 차를 구입할때 10만원의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응모자들이 작성한 고객카드를 토대로 생일 결혼기념일에 맞춰
기념품을 보내는 시스템도 갖췄다.

고객들의 <>차량보유 유무 <>연령별 구매성향 <>선호 색상 <>차량
교체시기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주소 성별 직업 연수입 등 기초정보도
입력했다.

"구매력있는 43만명의 고객 풀을 만든 셈" (우리자동차판매 최지홍
CS추진팀장)이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카드사와 손잡고 제휴카드를 만드는
것도 DB마케팅을 겨냥하고 있다.

삼성자동차는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최고 10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자동차는 BC 및 국민카드와 손잡았다.

기아와 대우도 LG카드 라이내스더 등과의 제휴를 모색중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카드회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백만명에 달하는 카드회원은 곧 자동차 판매의 "무기"라는 판단에서다.

후발업체인 삼성자동차는 DB마케팅을 자동차 판매의 새로운 형태로
정착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리점 위주의 판매망만으론 기존 업체들의 장벽을 뚫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남전자가 시행중인 "품질평가단"도 단순한 이미지 상승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

품질평가단에 응모한 5만2천명의 "잠재 고객"에 대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령별 구매성향에 대한 기초 정보를 얻었다.

어떤 색상을 좋아하는지,오디오 보유기간과 교체시기는 언제인지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전문 리서치 회사에 의뢰한 것보다 훨씬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남전자 마케팅부).

아남전자는 이들 5만2천명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면 카탈로그를 우선 발송하고 원하는 색상에 대한 정보도
제일 먼저 제공한다.

확실한 목표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키 위해서다.

가전사들의 고객관리 카드 역시 DB마케팅의 초보적인 형태다.

대우전자는 냉장고 구입고객에 한해 일일이 고객 카드를 만들고 있다.

작성 항목은 모두 50여 가지.

제품구입 시기와 사용하면서 좋았던 점, 불편했던점 등을 상세히
기록하게 된다.

"이 카드 목록은 그 자체로 유용한 아이디어 창구다.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명확히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전영환
대우전자 냉열기기획팀장).

대우는 이 정보를 전산으로 관리해 데이터베이스화 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30대 주부 <>자녀 2명 <>서울 상계동 거주 <>월수입 1백70만원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평균적인" 냉장고 취향과 교체시기가 출력되게끔
한다는 것이다.

물론 DB마케팅이 만능은 아니다.

부작용이 따를 위험성도 적지 않다.

개인에 대한 정보를 오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사생활 침해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미국의 로터스사가 1억2천만가구의 인구통계변수를 CD롬에
저장해 판매했다가 강력한 항의를 받고 결국 상품 판매를 중단한 사례는
대표적인 예다.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고객정보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DB마케팅.

유용한 고객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이 마케팅의 최종 승리자가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표적 고객"을 찾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은 더욱 가열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