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체들이 판매확대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자동차 카드"가 자동차
업계는 물론 은행 신용카드 정유등 관련업계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차 카드"는 자동차메이커가 은행 또는 신용카드업체와 손잡고
발행하는 일종의 신용카드.가입자가 해당업체의 차량을 구입할 경우
카드이용실적에의 일정비율만큼 차값을 깍아주고 거기에 더해서 지정
주유소나 백화점을 이용할 때도 통상 할인혜택을 준다.

말하자면 가격할인이라는 메리트로 미래고객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제도화된게 자동차 카드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BC.국민카드, 삼성자동차가 삼성위너스카드와
손잡고 이달초 회원모집에 들어갔으며 기아와 대우자동차도 LG카드
다이너스카드 등과의 제휴를 추진중에 있다.

자동차 카드가 주목을 받는 것은 우선은 회원수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0년까지 5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는 이미 17만명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은 같은 기간동안 2백만명을 가입시킨다는 방침이며 기아와 대우도
각각 3백만-4백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4개사의 목표만 합쳐도 1천만명을 웃돈다.

각사가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 1천만명은 대부분 기존 카드의
회원이다.

따라서 자동차메이커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신용카드업계간 회원
대이동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예컨데 자신이 보유한 카드가 자신이 사고자하는 차량을 만드는 업체와
짝을 이루지않고 있을 경우 제휴관계에 있는 카드로 바꿀 공산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카드산가 회원 대이동은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직원들이 대부분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의
비자카드에 가입해있었으나 자동차카드제 도입이후 상당수가 BC나
국민카드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자동차업체들은 미래고객,다시말해서 가입자수를 늘리기위해 카드이용
실적에 따라 차값을 깍아주는 외에 특정 주유소나 호텔 등에 대한
할인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현대는 자사 자동차카드 회원이 현대호텔을 이용할 경우 요금을 20~
30% 깍아준다.

현대는 또 7월부터는 할인혜택을 주유소(현대정유 오일뱅크)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도 제일모직 삼성전자등 계열사 제품구입시 할인혜택을 주는 외에
신세계 롯데 등 백화점과 손잡는 방안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동차카드가 장차 정유나 백화점 업계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동차카드가 이처럼 "태풍의 눈"으로 등장함에 따라 자동차카드를
둘러싼 관련업계간 "짝짓기"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은 삼성위너스카드의 회원이 은행카드에 비해 적다는 점을 감안해
은행과의 제휴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현대도 외환비자
카드를 추가 영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유업체를 둘러싼 "짝짓기"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차량소지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주유소이기 때문인데 그중
에서도 관심의 핵은 유공의 향방.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만큼 자동차업체들의 입장에선 유공과 "사돈"을
맺을 경우 회원확보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있다는 점에서 현대 삼성
대우 기아 등이 모두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유공은 그러나 "짝"을 잘못 선택하면 1위자리 유지가 어려울 수있다는
점에서 아직 제휴대상을 결정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자동차카드를 둘러싼 짝짓기 작업은 최상의
파트너를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을 쥘 수도 있고 빼앗길 수도
있어 관련 그룹들간 "별들의 전쟁"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이성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