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그룹은 21세기 대경쟁시대에 ''윈윈윈(Win-Win-Win)전략''으로 승부를
걸 작정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양쪽에서 모두 승리한다는
게 미국의 군사전략인 ''윈윈''전략.

선경의 첫번째 승리 목표는 주력사업인 에너지.화학부문.

이들 부문에선 계속 강자의 위치를 고수한다는 것.

또 이제 갓 ''씨앗''을 뿌린 정보통신사업을 하루빠리 거목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두번째다.

마지막으로 금융 유통 물류 분야에서도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겠다는게
선경의 복안이다.

최근 소리 소문없이 중앙생명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도 선경의 ''윈윈윈''
전략에 근거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니까 이 그룹의 고유 경영기법이라고 하는 스펙스는
''윈윈윈 전략''의 도구일지 모른다.

선경호의 21세기 ''항해전략''을 짜고 있는 손길승 경영기획실장을
만나보면 윈윈윈 전략을 추진하는 ''수펙스그룹실장''임을 확인할수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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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유화선 <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 > ]]]

<> 손길승실장 =(만나자마자)뒤에서 거름 주고 물 주는 "얼굴없는
사람"을 만나 갖고..

기업의 스타는 계열사 사장들인데, 보좌역이 나설 필요가 있나요.

-전쟁중엔 작전참모장의 지략을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지요.

<> 손실장 =계열사의 전략 전술을 보고 작전참모장을 평가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어쨌든 21세기 "대전쟁시대" 선경의 작전 전략을 브리핑해 주시지요.

<> 손실장 =(자칭 "얼굴없는 보좌역"은 기다렸다는 듯이)강한 회사이면서
좋은 회사를 지향할 겁니다.

겉으론 인간적이고 친화적이지만 막상 경쟁을 할때는 태산처럼
밀어붙인다는게 기본전략입니다.

끝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친화적이지만 속에는 금강석을 품은 사람같이
말입니다.

-선경 이미지는 원래 강한 회사라기보다는 부드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 손실장 =잘못 알려져 있는 겁니다.

선경은 사회친화적 경영을 하면서도 그룹 전략에 꼭 필요한 사업은
반드시 매듭짓고 마는 기업입니다.

70년대 폴리에스터 필름, 80년대엔 유공 인수, 90년대 한국이동통신
주식인수 등으로 사세를 확장시켜왔지 않습니까.

경쟁을 벌일 때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필승경영"을 추구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과거의 예를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다른 기업과 마찰이 불필요한 분야는 협력도 잘하고 있지요.

쓸데없이 여기저기서 싸우는 "전력 낭비형 경영"은 지양한다는 겁니다.

수펙스가 추구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경영이지요.

-수펙스( Super excellent )란 개념이 도대체 뭐길래 강한 회사 전략과
관계가 있다는 겁니까.

<> 손실장 =수펙스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을 말합니다.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성공하고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구성원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경영기법입니다.

그러니까 꼭 해야 할 사업에서는 반드시 승리하는 "강한 기업"이미지와도
일맥 상통한다고 볼수 있는 거지요.

-꽤나 추상적인 개념 같은데요.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한 것도 기업경영기법이 될 수 있나요.

<> 손실장 =왜 추상적입니까.

매우 구체적이고 실전적인 기법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나온 경영혁신 기법중 최고봉이라고 자부합니다.

외부의 어떤 다른 경영기법보다도 선경문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데요.

선경이 짧은 기간 안에 이만큼 성장한 것도 수펙스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펙스를 적용하니까 일처리 속도가 빠르고 성과도 크게 났습니다.

-점점 더 구름잡는 이야기같이 들립니다.

<> 손실장 =수펙스는 그룹 경영원리인 선경경영관리체계(SKMS)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마케팅(M)생산(P)연구개발(R)과
조직(S)톱(T)등이 한데 모여 "일처리 5단계"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위치 파악<>핵심요소 추출<>목표수준 설정<>장애요인 도출<>장애물
제거방안 수립및 실행이라는 공통된 도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기법이지요.

-그렇다면 선경인들의 현재 위치는 어딥니까.

<> 손실장 =수펙스는 추구목표이지 그것 자체를 꼭 이뤄야 한다는
달성목표는 아닙니다.

이상적 목표수준을 반드시 달성하자는 것은 아니지요.

예컨대 1백m 육상경기에서 인체공학상 인간이 낼수 있는 최고기록이
9.5초이고 현재 세계기록 보유자의 기록이 9.9초라면 우리는 9.7초만
기록해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9.7초"를 기록한 선경의 제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 손실장 =임상실험중인 항암제라든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기술 등을 들수 있겠죠.

CDMA의 경우 개발초기 미국도 사용을 안하는데 우리가 왜 하느냐는
주위의 냉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개발팀에게 "남들이 안한 것을 우리가 해보자"며 수펙스적 신념을
불어넣어 준 것이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수펙스는 이렇게 사람의 사고와 의식을 바꿔줍니다.

-선경인의 사고와 의식을 어떻게 바꿔 나갈 작정입니까.

<> 손실장 ="순종주의"만으론 대경쟁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곳에만 근무한 사람은 좋은 걸 좋은 줄 모르게 됩니다.

순종의 도그마라고 할까요.

문제는 이 순종의 도그마가 기업경영에 큰 폐해를 가져올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세계화시대입니다.

"혼혈"의 장점을 활용할 때지요.

성실하고 유능한 인재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널리 채용할
계획입니다.

선경인에게도 있을 수 있는 도그마를 버리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더 있겠습니까.

-혼혈의 장점만 활용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 손실장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본사와 해외인력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국적이 다른 싱글 선경맨"도 양성중입니다.

싱글 선경맨을 위해 현지인에게 선경 경영원리를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조직을 개혁하려면 이름을 바꾸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들
합니다.

선경은 그동안 그룹 이름을 "바꾼다 안바꾼다"로 말들이 많았지요.

바꾸긴 바꾸는 겁니까.

<> 손실장 =바꿉니다.

계열사의 힘을 하나로 모아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바꿔야지요.

아마 연말까진 그룹 명칭을 비롯한 세부적인 CI(기업 이미지)프로그램이
확정될 겁니다.

-선경은 일부 업종에 편중돼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유공그룹"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화학.정유의 비중이 커 그룹 성장을
정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만.

<> 손실장 =그래서 선경은 21세기형 업종 포트폴리오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에너지.화학 외에 정보통신 금융 건설 호텔 및 레저, 물류, 종합사업
등 7개분야를 전략산업으로 택하고 있지요.

특히 한국이동통신 대한텔레콤 등 정보통신분야를 중점 육성할 계획
입니다.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을 그룹 성장의 양대 축으로 키워나갈 생각이에요.

-정보통신에 힘을 실어준다는 말씀같은 데 특히 어느 분야에 역점을
둘 겁니까.

<> 손실장 =영상 영화 등 내용물( contents )제작에도 참여하고 이를
네트워크화시켜 전달하는 방송과 통신서비스 분야, 그리고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오퍼레이팅 시스템 등 모든 분야를 커버할 계획입니다.

말하자면 정보통신 전분야에 걸쳐 수직적 통합사업체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죠.

-그냥 구상입니까.

실현가능한 계획입니까.

<> 손실장 =100% 실현가능하리라 봅니다.

앞으로 10년간 정보통신분야에만 17조원을 쏟아부어 2005년에 23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습니다.

-최종현회장은 "글로벌 회장"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평소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줄로 압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선경의 세계화는 다른 기업보다 앞서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손실장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중장기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추진하는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경제 발전에 꼭 필요한 것을
선경이 나서서 한다는 점에서 그렇지요.

-최회장은 2000년에는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지요.

<> 손실장 =사람은 고희(70)를 넘기면 사고가 굳어진다는 게 최회장의
생각입니다.

때문에 그 전에 경영역량과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물론 회장은 그때쯤 "짐"을 벗고 싶어할 겁니다.

그러나 짐을 벗었다고 경영에서 "해방"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룹 회장이란 그런 자리지요.

-그렇다면 후계 구도에 대해서도..

<> 손실장 =75년부터 이런 말씀을 가끔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수펙스와 선경경영관리체계(SKMS)로 잘 무장되고 경영자로서의 소양을
갖춘 사람이면 오너든 아니든 그룹을 맡기고 싶다고요.

그렇지만 누가 승계하더라도 그룹 경영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서로
합심해서 끌어가게 될 것입니다.

-항간에는 선경자가 붙은 계열사는 조카들에게 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손실장 =앞서 지적했듯이 오너십이 있다고 모두 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경 경영인의 자격요건과 결부시키면 그 답이 나올 겁니다.

-비자금사건 땐가, 최회장께선 손실장을 가리켜 "부하가 아니라
사업동지"라고 말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지요.

실장도 최회장을 그렇게 생각합니까.

<> 손실장 =천만에요.

회장은 경영의 스승이고 저는 제자입니다.

회장은 일을 제대로 못했을 경우에도 꾸지람을 않습니다.

그대신 개선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줍니다.

자상한 스승이지요.

사업동지란 말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회장이 저에게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예요.

계열사 사장들을 모두 그렇게 부릅니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