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튀고보자".

신세대들의 구호가 아니라 최근에 선보이는 상품의 구호다.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과자와 신세대층이 주고객인 청량음료는
물론 주부들을 대상으로하는 가전제품에도 마치 과자이름에나 어울릴
펫네임(Pet name .애칭)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심지어는 청장년 남자들이 대부분 소비하는 소주이름에도 이런 "튀는
이름"붙이기가 번지고있다.

과거에는 점잖은 한자나 영어로 이름을 지어야 제품의 신뢰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인식됐다.

요즘에는 의성어 의태어 등 순한글식으로 이름을 붙여 이름만 들어도
그 제품의 특징이 무엇인지 금방 알수있는 제품들이 쏟아지고있다.

반대로 아무 뜻도 없지만 어감상 왠지 튀는 제품이름도 적지않다.

"튀는 이름"의 선두주자는 과자.

소비자들에게 신속하게 제품이름을 기억시키고 이름처럼 맛도 있다는
효과를 주기 위한 전략이다.

삼립GF의 "누네띠네"는 문법파괴의 선두격.

한글발음 눈에띄네를 풀어써 마치 이탈리아발음을 연상케하고있다.

이 회사는 "누네띠네"의 히트에 이름이 상당히 기여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재미를 붙인 삼립GF는 "마레모레"(말해뭘해)를 내놓았다.

동양제과의 "아이셔" "와사삭" "왕꿈틀이"같은 제품들도 이름만 가지고
대충 어떤 맛이고 어떤 모양인지 알수있어 어린이들에게 금방 친숙해진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있는 롯데칠성의 사과살음료 "사각사각"도 대표적인
의성어이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있는 롯데제과의 "제크"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뜻이 없다.

제대로 만든 크레크라는 부연설명을 해줘야 겨우 말 뜻을 알 수있다.

의미보다는 어감을 중시한 이름이다.

주부들이 주로 선택하는 청소기 세탁기 냉장고는 신토불이형 이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국내 제품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어 굳이
외제분위기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사람, 한국 가정환경에 맞는 제품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이름도 순우리말로 짓는 사례가 늘고있다.

LG전자는 "쓸고 닦고"라는 세탁기 이름을 붙였다.

물걸레가 부착되어있어 빨아들이기만하는 기존제품과 달리 닦는 기능이
있음을 금방 알수있다.

이밖에 LG전자의 세탁기 "팡팡" "세개더", 냉장고 "싱싱나라"도 모두
주요 기능을 제품이름과 연결시킨 경우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영어위주로 제품이름을 지어오다가 "손빨래"세탁기,
"골고루"전자레인지, "왕발이"청소기식으로 쉬운 우리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청소기의 소음을 최대한 줄였다는 의미를 강하게 주기위해
제품이름을 "조용한 청소기 잠잠"으로 지었다.

또 대우세탁기 "공기방울"도 세탁방식을 한마디로 압축해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우는 이 제품으로 단번에 시장점유율을 두배이상 끌어올렸다.

대우는 세탁기에 건조기능을 더해 "보송보송"을 내놓았다.

소주업계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애칭으로 제품이름을 짓는
경우가 적지않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있는 보해양조의 "김삿갓"과 이에 맞대응해
금복주가 선보인 "독도"도 얼핏 소주와는 관계없는 이름처럼 보이지만
기억하기쉽고 애착이 가도록 지은 이름들이다.

업계관계자는 "제품의 애칭은 제품자체의 시장성패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까지 연상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기상천외한 이름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