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때 미국은
한국측에 시장개방폭을 넓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중에는 한국의 할부금융회사에도 미국의 파이낸스회사처럼 할부외에
리스 카드등 종합적인 금융업무를 허용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한국측은 "우리나라는 현재 금융산업구조상 카드 리스 할부사등이 별도의
금융회사로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기업이 한국에서 물건을 팔고 소비자에게 리스금융혜택을
주고 싶으면 리스사를 이용하고 할부금융을 제공하고 싶으면 할부금융사를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맞섰다.

2금융권에 대한 산업개편은 2000년이후로 계획하고 있던 정부입장으로는
당연한 반대논리였다.

<> 급변한 정부정책 =최근 나웅배부총리가 여신전문금융기관의 통폐합등
제2금융권의 업무영역 통합방안을 발표했다.

나부총리는 금융산업개편에 대해 다소 "급진적"이라는 평을 받고있다.

이 때문인지 2금융권 산업개편을 다소 느긋하게 생각했던 재정경제원
실무자들도 바빠지고 있다.

재경원은 우선 이달중에 작업반을 구성해 올연말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재경원은 우선 은행 증권 보험의 3대금융권역을 제외한 종금 리스 카드
할부 팩토링 창투 신용금고 신협등 기타 금융권은 하나의 범주로 묶는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기타 금융권을 하나로 묶는다 =이들 금융기관은 수신업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시 나뉘어진다.

우선 수신업무가 없는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는 리스 카드 할부금융 팩토링
창업투자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기관간 업무영역의 벽을 낮춰 상호겸업이 가능한 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수신기능이 있는 기타금융권으로는 종금과 신용금고.신협등이 있다.

종합금융사는 미국식 투자은행으로 키운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들이 미국식 투자은행이 되면 결국은 증권사와의 통합이 다음 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또 신용금고와 신협등은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특화시킨다는게
현재로선 유력하다.

문제는 이들 여신전문기관이라고 통칭되는 카드 리스 할부 팩토링 창투사를
"붕어빵" 찍듯이 똑같이 만들수는 없다는 점이다.

점포수도 다르고 규모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 여신전문금융기관의 업무영역통폐합에 가장 민감한 리스회사 =리스사는
업무영역이 통합될 경우 살아남을 리스사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첫째는 대그룹계열의 할부금융사에 리스가 허용되면 지금까지 주고객이었던
대기업을 다 빼앗긴다는 것이다.

여기다 도매금융업무를 해온 리스사도 살기 위해서는 할부 카드등 사람이
많이 필요한 소매금융업무를 해야 하는데 금융권중 급여가 최고수준인
리스사로서는 이도 쉽지 않다.

올해 출범한 할부금융사는 최근 협의회를 설립하고 재경원에 업무영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할부금융사는 업무영역확대에 대해서 환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 경쟁이 심화돼 경영압박이 우려된다고
진단하는 곳도 없지않다.

현재 법적 규제없이 영업을 하고 있는 팩토링사들은 여신전문기관을 하나로
묶을 경우 어느규모의 기업까지 인가해줄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카드사는 소매금융영업에 자신감이 있으나 이미 엄청난 부실채권을 지고
있는 마당에 경쟁이 격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업무영역을 트면 다양한 업무가 가능해 더 좋아지는게 아니라 경쟁상대가
넓어지는 "범위의 경쟁"이 적용돼 부실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통폐합으로 이어질수 밖에 없게 된다.

제2금융권의 지도는 이제 다시 그릴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