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의 주부 민수기씨는 태평양 방판사업부 서부영업소에 소속된
방문판매원이다.

한때 "아모레아줌마"로 불리던 민씨는 최근 본사의 방판제도개선으로
"뷰티카운셀러"란 세련된 이름이 붙게됐다.

연간 판매액이 1억3천만원에 이르는 그는 3년 연속 판매왕자리를
차지, 본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을 매년 다녀왔다.

민씨의 경우처럼 수많은 주부들이 방문판매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단순 소비자에 머물렀던 주부층이 판매시장의 주도자로 떠오르고있다.

이에따라 야쿠르트 보험등 일부업종에 국한됐던 방문판매가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점포판매에 버금가는
새로운 유통채널로 각광받고있다.

방문판매방식을 변형한 신방문판매 다단계판매등의 판매조직에도
20대후반-30대중반의 여성인력이 집중적으로 몰리고있어 기업체들은
방문판매영업의 도입및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있다.

방문판매가 상품유통시장에서 위력을 떨치고있는 것은 고학력과
소수자녀를 둔 주부층의 사회활동욕구 분출과 맞물려있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여유시간을 활용할수있는 마땅한 일거리를 찾기 어려운 주부들에게
방문판매의 경제적 효과와 성취감고취는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하고있다
(박용덕 태평양 방판사업부장)"는 얘기다.

코리아나화장품의 정은수상무는 "화장품업계의 경우 방문판매에 종사하는
여성인력의 숫자가 중간관리자급 2천명을 포함, 연내에 5만명을 넘어서게
될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90년 신방문판매영업을 처음 선보인 코리아나화장품은 지난해
매출액 1천4백32억원(한국공인회계사회 1천대기업 매출현황자료)을
기록, 6년만에 업계 3위로 발돋움했다.

코리아나의 신방문판매는 판매원이 소비자를 찾아가 직접판매(다이렉트
셀링)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문판매나 다단계판매와 유사하지만 판매원위에
본부장 지부장등 중간관리자를 두어 판매원의 관리와 교육을 맡기는 점이
다르다.

판매원들은 실적에따라 직급이 상향 조정되고 수당을 지급, 경제적
만족과 아울러 자아실현의 만족까지 주고있다.

신방문판매는 또 중간관리자가 판매일선에 나서지않는다는 점에서
상품의 구매자인 동시에 판매자인 여러 단계의 유통업자로 이뤄지는
다단계판매와도 구별된다.

코리아나의 급성장은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와 태평양 한국화장품등
상위권업체 대부분이 신방판시장에 잇따라 참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업체들의 방판시장참여가 줄을 이으면서 지난 94년 전체화장품시장의
약 6%수준이었던 방판시장은 지난해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2천5백억원
규모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0% 증가, 4천억원에 이를것이란 예상이다.

풀무원역시 방문판매영업에 힘입어 지난해 1천7백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식품업계의 기린아.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을 취급하는 이회사 7천여명의 방문판매원들은
상품판매와 함께 "건강의 전도사"란 기업이념을 소비자들에게 전파,
풀무원이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등공신역할을 했다.

다국적계열 다단계판매업체들의 국내진출도 봇물을 이루고있다.

지난 91년 영업에 들어간 암웨이는 디스트리뷰터(유통업자)를
9만5천명으로 확대, 작년 회계연도(94년9월-95년8월)에 1천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고있다.

뉴스킨 렉솔 등 대규모업체들도 최근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중이며 왓킨스
허벌라이프등도 국내방판시장진출을 목전에 두고있다.

<강창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