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상품에 유니섹스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의류 액세서리 구두 화장품등 패션상품에서 성의 영역이 깨지고 여성상품
의 남성화와 남성상품의 여성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여성상품의 경우 진취성과 활동성이 강조되고 남성상품은 미적 감각을
중시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유니섹스상품의 출현은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물질적 풍요로움
을 맛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여성들은 가정에 안주하는 전통 여성상에서 탈피, 사회진출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반면 남성들은 개성연출욕구가 급작스레 강해지는 사회변화가 패션
상품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여성전용상품으로 여겨져온 화장품에도 사회추세를 반영한
남녀공용제품이 잇따라 등장, 성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보디클렌저 향수는 물론 금남의 영역에 속했던 팩제품에도 남녀공용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에바스샴바드의 "마인엑스" 보디클렌저는 여성취향의 플로럴향과 남성취향
의 우디향을 복합적으로 함유, 남녀 소비자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여성들이 피부노폐물제거에 사용하는 팩제품을 남녀공용
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스킨 로션등 두품목이 거의 전부였던 남성용 기초화장품시장에도 자외선
차단제와 미백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햇빛에 그을린 얼굴을 남성건강미의 상징으로 여기던 풍속도가 사라지고
얼굴을 희게 유지하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의류상품에도 양성의 접근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변화의 무풍지대에 머물러있던 남성복은 디자인 색상 소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감색 검정색 회색이 거의 전부였던 남성의류의 색상이 핑크 아이보리와
같은 파스텔톤으로 과감히 바뀌고 있다.

디자인과 소재도 바뀌고 있다.

여성복에나 있음직한 허리선처리와 좁은 어깨선처리가 남성복에 도입되고
있다.

실크나 광택나는 화려한 소재가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복에도 활동성과 진취성을 강조하는 "매니시정장" 스타일이 직장
여성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정장스타일의 여성투피스와 재킷 넥타이등이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활동하기 좋다는 것과 아울러 남성과 대등한 인격체로 인정받으려는
여성들의 심리가 표출된 결과라는게 의류업계의 분석이다.

이랜드에서 만드는 "브렌따노" "언더우드"등 캐주얼의류는 성구분이 아예
없다.

이회사 박명규과장은 "매장에 옷을 사러올때 남녀가 같이 오고 있다.
쇼핑패턴이 과거와 판이하다"며 "캐주얼의 경우 성구분이 뚜렷한 제품은
오히려 팔리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구두 잡화등에는 여성제품의 남성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들이 만드는 "미소페" "소다"등의 살롱화중 군화모양
의 여성구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금강제화계열의 비제바노는 남성타깃의 군화형구두 "데땅뜨"를 여성들이
의외로 많이 찾자 내달부터 디자인수를 14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밖에 헤어스타일 액세서리등에도 유니섹스물결이 휩쓸고 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거나 꽁지머리를 하고 귀고리를 한 남성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주)신원에서 패션홍보를 맡고 있는 조은주씨는 "화장 멋 패션등의 단어가
여성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풍요와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인해 패션상품의 유니섹스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창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