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며 가는 기차에 남자와 여자가 타고 있다.

남자는 수줍은 여자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키스를 하고싶은 표정이다.

때마침 기차가 어두운 터널을 지난다.

화면이 다시 밝아지면 남자의 뺨에 빨간 키스마크가 묻어 있다.

황당하면서도 기쁜 남자의 얼굴"(피어리스 매직립스틱플러스)

"소녀의 뺨 위로 한 줄기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애처로운 음악은 가슴쓰린 이별을 암시한다.

카메라가 줌아웃하면 KFC매장.

까르르 웃음이 터지며 멘트.

눈물없이는 먹을 수 없는 매운 맛 징거버거"(두산음료 징거버거)

시청자들의 상상을 뒤엎는 역반전 광고가 유행하고 있다.

일종의 "깜짝쇼"효과를 노린 것.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CF가 쏟아지는 광고홍수 속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아이디어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솝우화를 연상시키는 안국약품의 토비콤S 광고도 끝마무리가 재미있는
CF.

눈이 나쁜 여우가 밀림의 왕 사자를 몰라보고 덤벼들었다가 사자에게
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눈떠 크게 떠"라는 사자의 마무리 대사는 시력을 좋게 만든다는
제품의 기능을 설득력있게 전해주었다는 평이다.

위로 아래로 긴박감넘치게 넘어가는 청룡열차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다 결국 TV화면으로 밝혀지는 LG전자의 아트비전와이드TV.

전쟁을 치르듯 술자리가 잦은 샐러리맨의 애환에 착안, 낙하산 대신
컨디션만을 가지고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버를 등장시킨 "아차! 컨디션"의
제일제당 등도 역반전을 이용한 CF들이다.

제품의 장점을 실컷 자랑하다 "이 광고 우리 마누라가 보면 안되는데"라고
꼬리를 빼는 동양매직의 식기세척기 광고도 상황을 반전시킨 사례다.

아내가 보면 틀림없이 사달라고 조를 만큼 제품이 우수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

역반전 CF는 짧은 시간안에 소비자의 눈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장기적으론 부정적인 영향도 많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자칫 제품보다는 코믹한 줄거리에만 눈길이 갈 수 있는데다 반전상황을
한 번 맛 본 시청자들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징거버거 광고를 제작한 오리콤의 심재경차장은 "코믹한 역반전
광고는 2~3개월 정도 내보낼 단발성 CF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나
장기적인 캠페인 광고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