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열리는 제29차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 참석중인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느닷없이 금융기관 매수합병(M&A) 촉진책
을 내놓았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매수/합병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
했지만 금융계는 상당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금융기관 매수합병촉진론을 꺼낸 배경은 간단하다.

잇단 금리자유화와 금융개방으로 금융기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부 금융
기관의 부실화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란 "상황논리"가 그 배경이다.

더욱이 대대적인 금융산업개편작업이 ''진행중''이다.

투금사가 종금사로 전환되면서 업무영역이 허물어진다.

증권과 투신사간 상호진출로 이쪽에서도 짝짓기 작업이 한창이다.

은행과 보험사도 국공채 창구판매로 조금씩 벽을 낮추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금융기관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수많은 예금자들을 가지고 있다.

파산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파산이 불가피해 지는 만큼 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퇴출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재경원의 생각이다.

경쟁의 결과가 도태와 인수합병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특히 재경원는 현재 리스 카드 팩토링 할부금융등 단종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제2금융권의 업무영역을 서로 터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금융산업개편안을 준비중이다.

이 개편안이 시행되면 일부 경쟁력없는 회사들의 도태는 필연적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에 대비한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제도정비방향은 크게 세가지.

<>합병당자사들의 경영합리화노력에 대한 지원기능 강화 <>인수.합병 알선
및 자금지원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이해 관계자가 많고 정리절차가
복잡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퇴출절차를 간소화등이다.

그동안 증시침체를 이유로 막아 놓았던 금융기관증자를 허용해 주겠다는
것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나부총리는 그러나 이날 금융기관의 "퇴출"에 대해서만 얘기했을뿐 그동안
행정쇄신위원회등이 제기해 논란이 되어온 금융기관 "진입"자유화와 소유
구조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금융실장은 이에 대해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자유화는 퇴출장치가 마련된
후에나 검토해 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퇴출방법과 진입자유화의 시기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금융권에도 ''정글법칙''이 적용되는 시대다.

무한책임을 지는 대주주였던 정부가 발을 빼는 상황이고 보면 자생력
확보만이 M&A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는 길일수 밖에 없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