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요즘 금리하락을 바라보는 리스 할부금융 팩토링 카드사등 여신전문
금융회사들의 심정이다.

금리하락으로 예대마진과 수익이 줄어든 은행이나 투금등 대형금융기관들은
악화된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서고 있다.

여신전문기관들이 독점하다시피한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들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느끼는 또다른 위기는 대출금리의 동반하락이다.

시장실세금리가 떨어짐에 따라 조달금리도 싸지고 이에 따라 대출금리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금리시대의 초과수요상태에서 누렸던 잇점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 투금사등 이들에 비해 규모가 큰 "고래"들이 기왕에 놀던 바다에서
나와 새로운 돈벌이를 위해 "새우"들의 시장을 잡아먹는 형태는 다양하다.

우선 리스사들은 은행들의 설비자금공급확대가 리스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이 남아도는 은행들은 장기대출의 주종을 이루는 설비자금대출을
기업들에게 권유할수밖에 없다.

또 기업입장에서도 은행이 저금리라는 "떡"을 들고와서 꺽기등 기존의
관행을 포기한다면 굳이 금리가 비싼 리스자금을 쓸 필요가 없는 형편이다.

리스사도 조달금리가 떨어진만큼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영업환경이
어려워진만큼 마진을 대폭 줄이는 덤핑경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카드사도 금리하락의 영향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은행이 대출세일을 나서면서 소비자금융의 주종을 차지했던 카드대출을
쓰기보다는 접근이 좀더 쉬워진 은행을 이용하려는 고객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팩토링사와 할부금융사는 그동안 높은 마진으로 짭잘한 장사를 하던 팩토링
(진성어음할인및 외상매출채권인수)영역을 투금사가 점점 침투해오고 있다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투금사가 손이 많이 가는 팩토링을 방치했다가 최근 예대마진이
급격히 줄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팩토링업무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팩토링사는 이런 새 경쟁자에 대비하기 위해 할인금리를 낮추고 있다.

동원파이낸스는 팩토링금리를 4월초에 연12.15~연15.15%수준에서 최근에는
연10.8~13.8%로 낮추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올해 새로 출범한 할부금융사도 이런 위기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할부금융사는 현재 본업인 할부금융보다는 부업인 팩토링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금리는 떨어지고 있지만 3~20년짜리 장기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할부대출금의 금리를 갑작이 낮출수 없어 할부금융의 경쟁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할부금융사는 팩토링사와 마찬가지로 마진률이 높은 팩토링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기관도 이제는 금리급락의 여파속에서 살길을 다시 모색하고
있다.

은행이나 투금 종금등 "고래"들이 도저히 따라올수 없는 "낮고도 비좁은
시장"을 찾아나설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