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두나라는 오는 99년 중형항공기를 과연 띄울 수 있을까"

한국과 중국이 1백인승급 중형항공기 공동 개발을 추진한지 2년여가
지났다.

그러나 양국은 아직 개발 착수도 못하고 있다.

최종조립장 제3국협력선 등 주요 쟁점을 두고 두나라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은 나름대로 "제 갈길"을 찾으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그래서 이부에선 한중합작 무산 가능성까지도 점치고 있다.

한중은 지난 94년 3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각각 5억달러씩 모두 10억달러를
들여 1백인승급 중형항공기를 공동 개발키로 원칙 합의했었다.

98년까지 시제기 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2000년부터 양산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한중산업협력위 안에 항공기 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한데 현재까지는 "된 것도 없고, 안된 것도 없는 상태"다.

한마디로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다.

최소한 밖으로 나타난 현상은 그렇다.

게다가 이달초 이붕중국총리가 프랑스 방문때 아에로 스파시알사와 중형기
공동개발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한중 합작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대두됐다.

한중 중형기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최종 조립장.

최종조립장 위치가 해결되지 않아 웬만큼 합의에 도달한 사안들도 완전
타결을 못보고 있다는게 통상산업부측 설명이다.

한중 양측은 현재 최종조립장을 서로 자국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종조립장을 놓고 양국이 이렇게 평행선만 긋고 있는 건 이 문제가
중형기 프로젝트의 핵심중 핵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명분상의 이유가 크다.

"어느 나라에서 최종 조립(final assembly)하느냐는 그 비행기를 누가
제작했느냐와 직결되는 문제다. 예컨대 유럽의 에어버스사 항공기는 날개
동체 등을 모두 독일 영국등에서 만들지만 이 비행기는 프랑스제로 인식
된다. 최종조립을 프랑스에서 하기 때문이다"(삼성항공 관계자)

또 기술적 이득도 무시할 수 없다.

최종조립은 항공기 제작의 거의 모든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다.

부품을 어디에서 만들든 그 비행기의 테스트나 판매는 최종 조립자가
책임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노하우는 항공기 제작경험을 쌓는데 필수요건
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한중은 최종조립장을 양국에 각각 1개씩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다.

어차피 둘중 한곳이 안된다면 양쪽 모두에 둔다는 차선책을 강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 두 나라는 에어버스 방식의 조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동체부분을 한국이 맡고 날개등은 중국이 만들기로 의견 조정이
돼 있는 만큼 이를 서로 교환해 각각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경우도 문제는 있다.

양측이 조립물량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또 좌석수를 늘리는 등 기종을 바꿀 때는 어떻게 물량을 조정할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양국은 현재 이런 기술적인 문제들을 놓고 세부적인 조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협상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항공업계는 한중 중형기 합작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점친다.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고 있을 뿐이지 사업 자체는
그대로 굴러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다른 대안이 없어서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항공기의 상품화 능력이나 자본 동원력을 감안할 때
한국은 버리기 아까운 카드"(이대원 삼성항공 부회장)임에 틀림없다.

한국으로서도 "팔아 먹을 곳(수요시장)"을 생각하면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

양국 모두 서로에게 최상의 파트너란 얘기다.

두나라를 놓고 중형기 공동개발을 위한 "환상의 커플"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중형기 사업은 양국 정상이 3번이나 합의를 확인한 것이어서
깰 수 없다"(통산부 관계자)는게 정부측 설명이기도 하다.

항공업계는 한중 중형기사업의 최대 고비를 오는 6월로 보고 있다.

이때 열릴 예정인 한중산업협력위원회에서 최종조립장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미보잉과 유럽연합팀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제3국협력선
문제도 자동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시기를 넘기면 중형기 개발일정 자체에 차질이 생기는 탓에 이
때가 데드라인이라는게 중론이다.

결국 오는 99년 한국과 중국이 공동 개발한 비행기가 제대로 이륙할지
여부는 앞으로 2개월 안에 결론이 나는 셈이다.

양국이 중형기 프로젝트에서 각각 챙길 수 있는 항공기 제작기술 등 실익의
정도도 이때 결정될 전망이다.

[[[ 중형기 개발 추진 일지 ]]]

<>94년2월=통상산업부,한중중형기 개발사업계획 발표

<>94년3월=한중정상회담서 중형기 공동개발 논의

<>94년6월=한중정부간 "민간항공기 공동개발 양해각서" 체결.
제1차 한중산업협력위원회(서울)서 중형기 분과위 구성합의

<>94년10월=한중항공기분과위 1차 회의(북경).
이붕총리 방한때 정부간 공동개발 약정체결

<>95년1월=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 설립(14개 조합사, 주관사 삼성항공)

<>95년4월=한중항공기분과위 2차 회의(서울)

<>95년9월=제3협력선 선정위한 참여희망사 연석회의(희망업체 제안서 제출)

<>95년10월=제3협력선 선정위한 경영자회의

<>95년12월=한중 통상차관급회의(북경)

<>96년1월=삼성항공 네델란드 포커사 인수추진

<>96년2월=싱가포르,한중중형기 사업 참여희망

<>96년4월=중국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사와 중형기 공덩개발의향서 체결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