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는 "4.11" 총선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여당의 선전으로 정치판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칠 불안요인이 어느정도
제거됐다는 점에서다.

총선 뚜껑이 열려진 12일의 주가오름세는 이를 반영해 준다.

그렇다고 앞으로 경기를 확실히 낙관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가져올 후유증이 어느 정도인지 또 언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탓이다.

자칫 경기연착륙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의구심까지 보일 정도다.

정부는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이같은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 위해 물가는
물론 환율 금리등 거시경제변수의 안정적인 운용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선거후 통화환수등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긴축으로의 선회도 아직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선거를 앞둔 올 1.4분기(1-3월)의 경기가 연착륙 양상을 보였다는데는
정책당국이나 민간경제연구소 모두 같은 생각이다.

생산 투자 수출등이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고 성장률이 8%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등 주요 지표들이 경기급랭에 대한 우려를 비웃고 있다.

2.4분기(4-6월)도 "완만한 하강곡선을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
부터 "7%대의 성장은 무난할 것"이란 기대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밝은 전망은 미국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일본경기도 되살아나는등
세계경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수출신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예측에 기인
한다.

또 소비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가 다소 위축된다해도
내수중심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기업들도 2.4분기를 밝게 보고 있다.

산업은행 조사결과 제조업체들의 2.4분기 전망BSI(경기실사지수)는 1백3
으로 지난해 4.4분기(98)와 지난 1분기(1백1)를 웃돌고 있다.

설비투자도 작년말에 생각(전년대비 19.5% 증가)했던 것보다 훨씬 늘려
(26.5%) 잡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표"상의 모습일 뿐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게까지 밝지만은 않다.

우선 1.4분기의 성장을 민간부문이 아닌 정부부문의 공공사업이 이끌었다는
점이다.

1-2월의 전체 투자(기계설비수주)는 19.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공공부문의 투자증가율이 무려 1백25.1%%에 달한 반면 민간부문 증가율은
1.4%에 그쳤을 정도다.

물가도 강력한 행정력에 눌려 있으나 선거후 느슨해진 분위기를 틈타
서비스요금위주로 인상러시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표상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현상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는 얘기다.

1-2월중 중공업의 생산증가율은 13.1%를 기록했으나 경공업은 오히려
마이너스 0.3%를 나타냈다.

이같은 문제점들은 총선기간동안 중소기업청신설등 봇물처럼 터져 나온
각종 부양대책과 이로인한 기대감으로 일시적이나마 잠재워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엔 이런 "거품"들이 곧바로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관련한 경기부양책때문에 다소 주춤하던 경기하락은 다시 진행될
것"(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이란 전망도 있다.

"경기하강기에 선거가 있었을때는 경기를 더 빨리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김주형 LG경제연구원이사)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물론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활성화대책을 쓰기는
힘들다.

경기하강국면의 성장율이 잠재성장율(7-7.5%) 수준에 달하는 판에 부양책을
쓴다면 곧바로 경기과열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투자촉진책보다는 물가 환율 금리등 거시경제변수들의
안정적 운용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주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경기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들에게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돌아가도록 하는 정책마련도 시급하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