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운동선수 스카우트를 놓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건 정말 불필요한 일이다.

국내 업체하고 쓸데 없는 경쟁을 하지 말고 협력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
하라"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이 이달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그룹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말이다.

해외 업체와는 곧잘 손을 잡으면서 굳이 국내업체와의 협력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국내업체끼리 아옹다옹 다투는 것만 봐왔던 일반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선함" 그 자체였다.

재계에선 특히 이회장이 국내업체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대를
예로 들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 현대와 삼성이 PCS(개인휴대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해 손을 잡은뒤
나온 말이어서 현대와 삼성의 밀월시대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실 요즘 현대그룹과 삼성그룹 내에선 서로를 평가하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상황논리에 떠밀린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PCS협력 사업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게 분명하다.

양그룹의 임직원들도 이같은 분석을 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한 임원은 "서로가 배울만한 강점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측이 앞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지 않겠느냐"(L그룹 S상무)는
관측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어설픈 관측이긴 하지만 우선 현대전자와 삼성전자가 서로 힘을 합칠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가장 가능성 있는 분야는 통신서비스사업이라는 것.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를 추진하는 현대와 교환기등 장비판매와
지상통신 서비스 사업을 하는 삼성이 손을 잡는다면 시너지 효과는 상당
하리라는 전망이다.

"두 회사가 반도체 분야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힘을 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삼성전자 관계자)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이고 관측이다.

"회사규모나 경험이 해외업체보다 뒤지는게 사실인데 무슨 시너지 효과가
나오겠느냐"(D그룹 L전무)는 지적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요 2~3일 사이엔 그룹차원의 협력을 구상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아직은 "농담반 진담반" 수준이지만 최근 양그룹의 고위 관계자들간에
"기왕에 한 배를 탔으니 진짜 큰 것 한번 같이 해볼까"라는 이야기도 최근
오갔다고 한다.

재계에선 이 경우 <>삼성이 반도체 기술을 현대에 지원하고 <>현대는
자동차 기술을 삼성에 주는 대형 제휴도 생각못할 바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물론 삼성과 현대 관계자들은 이런 전망을 "아직까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최근 양 그룹이 서로를 이전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업을 공동추진하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고 또 그럴 가능성도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눈길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적어도 서로를 협력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해가 맞아
떨어질 경우 언제든지 "악수"를 할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가 PCS를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보내기 시작한 "미소"가 "포옹"
으로까지 이어질지 두고볼 일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