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 30여평의 조그만 점포로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5년여만에
국내 최대의 PC유통업체로 떠오른 세진컴퓨터랜드.

이 회사의 마케팅전략은 무섭게 빠른 성장속도만큼이나 많은 구설수에
휘말려 왔다.

"돈키호테식이다" "파스퇴르유업식의 바람몰이 전략이다"라는 다소
시샘어린 시각은 물론 "세진같은 업체가 많이 생겨야 소비자 위주의
유통문화가 생길 수 있다"는 찬사까지 각양각색이다.

바람몰이식 성장전략은 세진 사원들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상수사장 스스로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기존 시장의 벽을 넘을
수 없다"며 신생회사는 파격적인 마케팅전략과 쇼맨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

그러나 세진컴퓨터랜드의 신화는 대규모 광고공세 못지않게 기존
PC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 소비자 위주의 경영을 펼친데서
가능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90년대 초반 용산전자상가로 대표되던 국내 PC유통시장은 복마전이란
말 그대로였다.

상인들이 부르는게 PC값이었고 애프터서비스도 잘 안됐다.

같은 제품이라도 점포마다 부르는 값이 틀려 가격에 대한 불신감은
높아만 갔다.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로서는 상인들이 강권하는
제품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한사장은 PC구매자들이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우통신 대리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던 한사장이 독립하여 처음으로 문을
연 점포는 불과 30평.

그러나 컴퓨터무료교육장이 12평, 애프터서비스센터가 46평이었다.

모든 것을 소비자 위주로 생각한다는 한사장의 경영철학이 엿보이는
사례다.

전국 어느 매장에서라도 똑같은 가격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정찰제의 실시,삼성 대우 LG 삼보 등 메이커들의 제품을 한군데에 모아
비교판매하는 양판점의 표방, 대량구매와 대량판매를 통한 박리다매식
저가판매, 철저한 애프터서비스제도, 세진컴퓨터라는 자체 생산제품을
통해 판매이익률을 높이는 PB전략 등 세진은 이후 돋보이는 마케팅기법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킨다.

한편으론 끊임없는 컴퓨터무료교육을 통해 잠재적인 고객층을 넓혀갔다.

세진의 성장전략중 빼놓을 수 없는게 광고공세다.

광고는 가장 빨리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매출액의 30%를 광고비로 쏟아붓는 세진의 광고공세는 PC에 관심없는
일반인에게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자금동원방식도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메이커로부터 3개월짜리 어음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여 현찰 또는
신용카드를 받고 판매하므로 자금동원이 가능했다"는 세진식 경영방식은
한군데라도 현금회전이 막히면 부도로 직결되는게 취약점이다.

실제로 PC판매가 부진했던 작년 11월 세진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대우통신에 흡수된게 이를 증명한다.

또 연쇄부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윤리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세진은 올해에도 공격적인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진의 성장은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시장에 처음 진출할때는 돌풍이 필요하지만 기업을 계속 성장시키기
위해선 체계적인 조직관리와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과장이 갑자기 사원으로 강등당한다든가 군대식 조직관리 등 세진
특유의 기업문화에 의문점이 던져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 이영훈기자 >

[[ 21세기 산업횃불 ]]

일본 통산성보고서는 최근 스포츠.레저산업을 "21세기 일본 산업의
횃불"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가치관이 다양해질수록 여가활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이며 그만큼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이나 뉴비즈니스기회가
커질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80년 2조엔 규모에 달했던 관련시장은 89년 4조3,000억엔으로 늘어났으며
2000년엔 15조~22조엔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