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현대그룹회장이 12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다.

정회장은 지난 1월3일 정세영전회장(현 자동차명예회장)으로부터 "대권"을
의넘겨받은 뒤 공격경영을 표방하고 경영혁신을 주도, 2세 경영인로서의
위상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92년 대선이후 움츠러들었던 현대가 정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정상을
향한 자신감과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미국 일본 등지로 21일간이나 해외출장에 나서는가 하면 울산및 창원등
국내 사업장을 돌아보는 등 그의 현장경영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다.

그가 잇따라 공격경영방침을 천명한 것도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일관제철사업 추진, 중형항공기 날개제작사업 참여를 통한 우주항공사업
에의 본격 진출, 현대할부금융의 출범 등은 그룹의 나갈 방향을 분명히
했다.

현대전자가 위성제작을 통한 글로벌스타계획에 참여키로 한 것도 미래산업
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보게 했다.

정회장은 또 사외이사제를 전격 도입, 투명경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외이사제의 경우 다른 대기업들이 시기상조라며 도입을 꺼리던 것이어서
그의 과감한 경영스타일은 재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7조6천억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지원
보따리도 풀어 정부정책에 즉각 호응하는 기민함도 보여주었다.

정회장은 공격경영방침 천명과 함께 임직원들의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겠다
며 "가치경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어 그룹의 활력을 한층 높였다.

그는 임직원과의 회의석상에서 말을 아끼는 대신 듣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인해 사장단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는 임원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자율책임경영도 정착됐다는게 그룹측의
분석.

재계는 취임 1백일을 맞는 정회장이 21세기를 향해 현대호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룹문화실 이영일전무는 "정회장이 강력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공격경영이 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나간 1백일은 정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공격경영의 서막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 이의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