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나무는 내가 키워 쓴다"

국내 최대 제지그룹인 한솔이 목재의 자급을 추진하고 나섰다.

90%이상의 목재를 해외에서 사다쓰는 국내업계의 현실에서 한솔은
대대적인 해외조림을 통해 21세기엔 목재의 50%이상을 자급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착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는 열대림보호와 환경보존을 위한 리우환경회담이후 원목벌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이다.

머지않아 벌어질 자원전쟁에 미리 대비하면서 최소한 10년앞을 내다보는
장기투자에 들어간 것이다.

호주대륙의 남서쪽 끝에 자리잡은 콜리.

온통 구릉지대면서 각종 수목과 잔디로 녹색의 향연을 연출하는 곳이다.

아직도 섭씨 30도 안팎의 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따금
소나기가 더위를 식혀준다.

이 지역의 한솔조림지엔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유카립투스가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서서 쭉쭉 자라고 있다.

"한여름에는 나무자라는게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한솔서호주법인의
이동호대표이사는 설명한다.

총면적 6천만평에 심은 나무는 3백12만그루.

3년전에 처음 심은 묘목은 벌써 높이가 8m나 되는 나무로 자랐다.

연간 생장량은 한국의 4배에 이른다.

이들 나무는 2003년부터 연간 4백만입방미터씩 벌채돼 펄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콜리는 사철 날씨가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아 유카립투스의 생장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서호주 산림청의 던칸슨과장은 설명한다.

연평균 강우량은 6백~1천1백mm 연평균 기온은 섭씨 최저 5도에서 최고
29.5도로 적합한 기후조건을 갖고 있다.

한솔은 이 지역의 대지주인 테리샤인씨로부터 땅을 임차해 나무를
키우고 있다.

벌채할때 나무수입의 28%를 임차료로 지불하는 조건이다.

이곳에선 일본의 신왕자제지가 이토추상사와 공동으로 한솔과 비슷한
면적으로 조림을 하고 있다.

일본 역시 더이상 조림을 늦출수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한솔은 인도네시아등지에 펄프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호주에서 베는
유카립투스를 펄프칩으로 공급할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기초원자재인 원목에서 펄프 종이에 이르기까지 제지분야의
완전수직계열화를 이루게돼 국제경쟁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물론
원자재파동때에도 안정적인 조업이 가능해지게 된다.

한솔은 뉴질랜드 기스본지역에서도 대규모 조림에 나서고 있다.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보유한 땅 가운데 3천만평에 침엽수인
라디에이터파인을 심기로 올해초 계약을 맺었고 6월부터 조림을 시작할
계획이다.

소나무의 일종인 이 나무는 30년을 키우면 키가 40m 가슴높이 둘레의
직경이 60~80cm에 이른다.

이 나무는 원산지가 북미인데 뉴질랜드로 이식해 조림에 성공한
수종이다.

해외이식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나무는 건자재 인테리어재 가구용재등으로 다양하게 쓸수 있다"고
한솔의 조림파트너인 나티포로화누이포레스트사의 이하카이사는 설명한다.

한솔은 앞으로 해외조림을 더욱 확대, 뉴질랜드 조림지역을 내년까지
1억평 확장할 계획이며 동남아와 칠레에서도 조림에 나서기로 했다.

조림및 육림에 투자할 비용은 2002년까지 총 3천2백만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해외조림을 총괄하는 한솔포렘의 나원길사장은 "21세기엔 심는자 만이
베어 쓸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조림은 목재관련업체들의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