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고금리상품인 특판정기예금이 신탁상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일은행은 지난해 2월말부터 판매했던 사은정기예금
1,300억원의 만기가 돌아와 연11.0(매월이자지급식)~11.5%(만기일시지급식)
의 높은 금리를 주고 이를 재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유치실적이
550억원으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상업은행도 지난해 연13%의 고금리를 보장했던 2,000억원가량의 특판정기
예금 만기가 속속 돌아옴에 따라 이 자금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연11.0~
11.5%의 높은 금리를 보장한 특판정기예금을 다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만기가 된 1,000억원중 재유치된 자금은 500억원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특판정기예금의 금리가 시중실세금리의 지표인 회사채수익률에
버금가는 높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만기자금재유치가 부진한 것은 만기
자금이 주로 신탁상품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배당상품인 금전신탁의 배당률은 시중금리의 하락과 함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 12~13% 수준으로 특판정기예금의 금리를 웃돌고
있다.

상업은행의 장광소상무는 "은행계정에서 아무리 고금리를 줘도 지불준비금
부담 등이 있어 신탁상품배당률에는 못미친다"며 "이 때문에 만기자금
재유치가 부진한 실정 "이라고 말했다.

한일은행측도 "돈이 좀있는 사람들의 금리민감도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며
만기자금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