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구회장(59)은 재계 사람들로부터 "장사꾼 답다"는 말을 듣는다.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형제들 중에서 가장 먼저 경영일선에 뛰어 든 탓에
일찍부터 "사업감각"을 익혔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또 "의리의 사나이"로도 통한다.

평소 "의 아닌 것을 취하기 보다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박회장은 고 박인천선대회장의 아들 5형제중 차남으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60년 당시 삼양타이어공업(금호타이어 전신)에 입사해 부친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72년 광주고속 대표, 73년 금호실업 이사, 81년 금호타이어
대표를 거쳐 90년 그룹부회장에 올랐다.

고속 타이어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모두 섭렵해 경영일선 경험이 풍부한
셈이다.

경영스타일은 인정이 많고 온화한 편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도전적이며
집념이 강한 외유내강형이라는게 주변의 평가.

대학시절 촌놈이라고 놀려대는 친구들과 싸움을 벌인 일화가 있을 정도로
대가 센 면도 있다.

하지만 박회장의 이미지에서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의리.

박성용전회장이 "정구는 함께 고생한 사람을 절대 버리지 않는 성격이어서
회장에 취임하더라도 대대적인 인사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따르는 사람이 많고 보스기질이 있다는 얘기도 듣는다.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등 고향인 광주에 대한 애착도 대단해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보낸다.

작년엔 20대 그룹 최고경영진을 초청해 전남.광주지역에 대한 투자유치와
이 지역 대학생 취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휴일엔 특별한 일이 없으며 등산을 즐기고 음악회나 미술전람회를 찾는게
취미.

건강관리를 위해 시작한 골프 실력은 현재 핸디 10정도.

주량은 약주 반병 정도이고 음식은 중국요리를 좋아한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4선 의원을 지낸 김익기씨의 딸인 부인 김형일씨(50)와
사이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이중 장녀인 은형씨(26)는 지난 94년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둘째아들
선협씨와 결혼시켰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