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회장체제 2년째를 맞는 LG그룹이 본격적인 공격 경영의 칼날을
빼들었다.

LG가 27일 선포한 "도약 2005"경영계획은 이 그룹이 지난 1년여동안
추진해 온 공격적 개혁경영의 새로운 지향점을 집대성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005년까지 매년 20~25%의 고도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것부터가
자못 의욕적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방편으로 "1위
달성가능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1등을 못할 분야는 과감하게 전략적
사업철수를 단행하겠다"는 대목이다.

LG의 이같은 "전술"은 세계 최대의 전자산업그룹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추진했던 "대개혁"과 닮은 꼴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81년 45세의 나이로 최고경영책임자에 오른 잭 웰치 GE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경영 대전환 구상을 밝히면서 "90년까지 세계의 제1인자
또는 2인자가 되지 못할 업종에서는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었다.

웰치회장의 GE는 실제로 전구 및 TV에서부터 항공기엔진 X선장치까지
"문어발"처럼 뻗쳐있던 사업을 이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1위 무망사업"인 TV에서 철수한 것을 비롯해 상당수 사업을 정리한
대신 반도체 멀티미디어 사업 등을 강화해 하이테크 및 금융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LG그룹의 이번 "경영 화두"가 GE의 전략과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구본무LG회장이 취임 직후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은 GE의
잭 웰치회장"이라고 말했던 것과 맞물려 더욱 관심거리다.

이문호LG그룹 회장실 사장은 "각 CU(사업문화단위=일종의 소그룹)별로
기존사업을 재검토토록 해 연말까지 그룹차원에서 철수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과거 철수키로 합의가 모아졌던 사업이 없지 않았으나
해당 CU에서의 반발 등 진통이 커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서라도 사업재조정을
관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가 대신 발굴.육성할 "전략신사업 경영"의 기준으로 성장재원
확보를 위한 캐시 플로(cash flow)중시 원칙을 천명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이는 중화학 분야의 중후장대산업보다는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반도체
등 첨단 하이테크 분야이면서 유동성 확보가 원활한 소프트산업 쪽에
치중하겠다는 이 그룹의 사업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LG는 이같은 "도약 계획"을 범그룹차원의 총력체제로 추진한다는 의지를
표명키 위해 구회장을 비롯한 회장단 멤버들에게 주요 전략과제를 분장토록
했다.

구회장은 최고경영자들에게 경영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일을
맡는 것을 비롯, <>허창수LG전선 회장은 금융.서비스CU <>구자학LG반도체
회장은 신사업 육성 <>이헌조LG인화원 회장은 혁신리더 양성 <>변규칠
LG상사 회장은 해외전략사업을 각각 관장토록 한다는 것.

한편 LG는 당초 이날 가진 "도약 2005 선포식"을 4월 "고객의 달"
행사와 병행해 서울 올림픽체조 경기장이나 잠실 주경기장에서 성대하게
치르기로 했던 계획을 급거 변경, 본사 대강당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행사를 축소한 이유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대대적인 "스킬올림픽"을
치른 등 최근 일련의 행사를 "지나치게 요란하게 벌리고 있다"는 그룹
안팎의 지적을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