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증권화 글로벌화 자유화라는 거대 물결속에 제2금융권이
대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가장 큰 물결은 금리자유화다.

3단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 금리자유화로 2금융권은 그동안 은행에
비해 높게 받던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마진이 박해질수 밖에 없다.

저금리추세까지 겹쳐 이익률축소가 현격하다.

또 금융자율화추세로 투금사가 종금사로 전환하고 할부금융등 신종
금융기관이 출범, 업무영역도 점차 통합되는등 내외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의 어음을 주로 할인해 주던 투금사만 해도 그동안
2~3%포인트에 이르던 고마진율은 사라지고 요즘은 0.1~0.2%포인트
"마진먹기"에도 급급해하고 있다.

또 덕산그룹 유원건설 우성건설등의 잇단 부도로 투금업계전체로는
8,000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에 허덕이고 있다.

마진이 좋아 호시절을 구가하던 투금사도 이제 격렬한 경쟁의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부도의 여파와 종금사의 영업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투금사가 종금으로 전환하면 리스업무에 치중할 계획이라 그동안
종금사순익의 50%를 차지하던 리스의 비중도 낮아 질수 밖에 없다.

전업리스사는 리스외에는 다른 업무가 없어 고사위기에 처해있다.

지방리스사가 정부의 감사결과 "불법의 전시장"처럼 비쳐진 것도
영업환경악화가 배경이 됐다.

수익이 좋다던 리스사중 벌써 적자가 나기 시작하는 회사가 발생했다.

서민금융기관인 신용금고도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다.

금리자유화이후 자금운영능력이 떨어져 여유자금을 신용관리기금에
운용해달라고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장기예금은 사절하고 예치기간이 1년이 넘는 장기예금보다
단기예금의 금리를 더 높게 적용하는 금리역전현상도 벌어지고있다.

부동산가격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져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이 소유주인 신용금고는 M&A(기업 인수합병)시장의 단골고객이
된 지 오래고 일부금고들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합병"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영세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도 금리자유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도 103개의 새마을금고와 20여개의 신협이 경영부실로 합병을
해야만했다.

이런 격랑의 와중에 올해부터는 소비자금융전문기관인 할부금융이
생겨나 경쟁의 파고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할부금융은 카드나 은행의 개인대출상품과 경쟁을 벌이고있다.

여기다 어음할인을 통해 사실상 금융업을 하는 팩토링회사들이
지난해부터 19개나 생겨났다.

이들은 중소기업어음할인을 주로 하면서 제도금융권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금융권에 대한 산업개편작업이 본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올 7월이면 기존의 투금사는 종금사로 간판을 갈아단다.

투금사도 해외에서 돈을 빌리고 외화대출을 취급하게 된다.

리스도 하고 투신사처럼 증권투자신탁업무도 하게 된다.

투금.종금사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증권사와의 경계선도 점차 엷어지고
있다.

종금사도 과거의 종금사로 남아 있을 수 없다.

기존 종금사는 영국식의 머천트뱅크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머천트뱅크는 기업의 단기자금을 대주는 도매금융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정부가 투.종금을 통합하려는 의도는 종금사도 이제 영국식 머천트뱅크가
아니라 미국식 투자은행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투자은행은 증권업에서 출발해 다양한 업무를 하는 종합금융회사다.

투자은행이 돼야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종금사도 장기적으로는 증권회사의 모습을 띠게 된다.

이럴 경우 업무경계선은 증권 투신업무와 잇닿게 돼 추가적인 산업개편이
불가피하다.

리스사도 개편의 바람이 불고 있다.

리스협회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리스산업개편안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해 놓아 결과가 4월이면 나온다.

이 연구안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은 리스 할부금융 카드 팩토링 대금업등
예금은 못받고 여신만을 담당하는 금융기관( Non-Bank Bank )을 하나로
통합해야한다고 제안할 계획이다.

이런 모델은 결국 외국처럼 리스 카드 할부금융 팩토링 등을 한
회사에서 모두 다루는 파이낸스 컴퍼니로 가자는 얘기다.

그러나 제2금융권의 산업개편에 대한 정부의 방향은 한마디로
"점진주의"다.

우선 경영난이 우려되는 리스회사의 업무영역을 조정할 생각이다.

이미 이달초 리스사에 대한 팩토링업무는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여기다 중고물품에 대한 리스를 앞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리스취급대상을 넓혀줄 생각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는 할부금융사에 대해서는 주택중도금 대출허용을
검토하는 등 숨통을 터줄 생각이다.

그러면 은행권의 주택자금대출과 경쟁이 격화될수 밖에 없다.

정부가 이같이 점진적 산업개편을 생각하고 있어 조만간에 지금같은
"칸막이식" 업무제한은 풀릴 수밖에 없다.

칸막이영업으로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앞으로 다양화될 기업의 자금수요를
따라갈수 없다.

세계각국이 한 금융회사에서 여러가지 업무를 취급하는 유니버설금융을
추구하는게 이를 반증한다.

금융기관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질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2금융권에도 적자생존의 정글법칙이 눈앞의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안상욱/박준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