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이화여대석학교수(전문화부장관)의 컴퓨터 실력은 자타가 공인한다.

비디오캡처 그래픽파일 컬러스캐너 음성인식카드등 각종 컴퓨터 재료를
동원, 그래픽 사운드 데이터베이스 통신을 결합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대학의 각종 논문등 자원을 자신의 자원처럼 활용한다.

"가령 셰익스피어와 봄의 관계를 조사할 경우 대학조교를 시키면 3~4일이
걸릴 일을 인터넷을 통하면 단 몇분이면 검색이 가능해요"

평소 강연과 논문등을 위해 글을 많이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워드프로세서 전용기를 접해오던 이교수가 PC를 처음 대면한 것은 미국
뉴욕의 폴리테크대에서 연구를 위해 도미했었던 지난 89년.

"주변 교수들이 모두 PC를 사용했어요. 도서관에서 자료를 요구하면
플로피디스크를 줘 도리가 없더군요"

할수없이 노트북PC를 하나 구입해 매뉴얼을 보면서 독학으로 쓰는 법을
배웠다.

이때 "워드퍼펙"이라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영문워드프로세서를 접했다.

그는 국내에는 이런 제품이 없나 하고 알아보다 당시 서울대 재학생인
이찬진씨가 개발한 "아래아 한글"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팬이 되다시피한" 이씨(당시
방위복무중)를 불러 한글 맞춤법 표준폰트 네트워크등의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됐단다.

이교수는 항상 "쉬운 컴퓨터"를 주창한다.

지금의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사용하기가 불편할 뿐아니라
배우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컴퓨터키보드는 19세기에 언더우드가 쓰던 타자기자판과 똑같은 것이에요.
이때의 타자기는 글자를 찍을 때 서로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느리게 쳐지도록 고안됐지요"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이러한 유산을 쓰고 있으니 아직도 컴퓨터는
시원찮은 기계라는 것이 그의 컴퓨터관이다.

"문자인식과 음성인식으로 누구나 쉽게 컴퓨터를 사용하고 "팜"(손바닥)
"리스트"(손목) 컴퓨터등 생활문화로 자리잡을 때 비로소 "정보사회"라고
말할 수있지요"

이러한 쉬운 컴퓨터를 위해 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PC는 반은 일이고 반은 노는 "플레이워크" 개념을 갖고 있어요"

그는 PC로 논문을 쓰면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게임도 즐긴다.

게임은 테트리스와 골프 장기등에서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랑한다.

실제 골프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홀인원을 게임을 통해 11번이나
기록했다고 한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곤란한게 있어요. PC와 장기를 두다 지면 슬며시
화가나 밤 2시고 3시고 계속하게 돼요. 집사람이 왜 이렇게 늦게까지 작업을
하느냐며 커피를 끓여와 이걸 보고 망연자실해 하지요"

이교수는 현재 서울 평창동 집과 개인사무실, 그리고 대학에 있는 여러
PC를 연결, 개인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소품모으기에 분주하다.

"남는 시간을 보내는데 이 세상에서 PC만큼 좋은 물건이 없어요"

세상 컴맹들에게 들려주는 컴퓨터도사의 "PC입문" 권유문이다.

<윤진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