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번에 발표한 표준 소득율의 특징은 적용종목수 대폭 감소,
표준소득율 인하종목 대폭 증가로 요약된다.

표준 소득율이란 장부를 쓰지 않는 사업자들의 소득을 추계하는 요율표.

국세청은 경기변동과 세원노출 정도등을 감안, 매년 3월말까지 조정토록 돼
있다.

즉 호황업종은 표준소득율을 올려 세부담을 늘리고 불황업종은 표준소득율
을 내려주는 것이다.

이번 조정에서는 표준소득율 인하종목수가 크게 늘어났다.

국세청은 이와관련,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소득세 신고납세제를 배경
으로 꼽고 있다.

신고납세제의 관건은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

따라서 표준소득율을 낮춰 세부담을 줄임으로써 성실신고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표준소득율 적용 종목수가 1천6백38개에서 9백91개로 감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유사업종을 통폐합할 경우 업종별 신고성실도를 전산으로 비교 분석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번 표준 소득율에는 물론 업황도 반영됐다.

섬유 신발 가죽업종등 중소기업 업종, 석탄광업 철광등 산업구조 조정과정
에서 어려움을 겪은 업종, 주택미분양으로 경영애로를 겪는 영세 전문
건설업종등이 그 예이다.

특히 지난해 남해안 기름유출로 큰 피해를 본 수산업은 표준 소득율 인하
폭이 컸다.

통신판매업, 청소년 수련시설 운영업등이 새로운 종목으로 신설된 것도
업황변화를 반영하는 부분이다.

이와함께 표준소득율 인상업종의 대부분이 부품수리 음식 숙박 서비스업종
에 몰려 있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결국 국민소득과 소비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성업종이 호황을
이룬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이번에 표준소득율을 조정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돼온 업종분류
체계도 조정하고 불합리한 적용기준도 개선했다.

유흥성여관의 경우 일반여관으로 통합됐고 일반사우나탕의 목욕료 기준도
2천원에서 3천원으로 올렸다.

고급이되는 기준금액을 현행 공급가액에서 부가세를 포함한 공급대가로
개선했고 고급다방 기준금액도 1천5백원에서 2천5백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국민주택과 국민주택규모 이상으로 이원화돼 온 주택신축 판매업도
단일종목으로 통합, 국민주택율을 적용함으로써 세부담을 줄였다.

이번 표준 소득율은 제도및 경기변동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당위성이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일정과 관련, 색깔있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식품잡화점 철물점 모범택시 문방구등 재래업종이나 보험모집인 요구르트
배달원 화장품 외판원등 부업 소득업종등의 경기 민감성은 불확실하다.

더구나 전세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임에도 다른 소득과 합산됨으로써
세부담이 높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부동산 임대업종의 표준소득율을
낮춘 것도 오해의 소지는 있다.

매년 표준소득률을 높여오던 의사 변호사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동결,
봉급 생활자들과의 형평성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박기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