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NEC가 반도체 생산분야에서 제휴한 것은 두 회사의 협력
관계가 "공조"에서 "공생"차원으로 심화된 것을 의미한다.

양사는 지난 93년 이후 <>2백56메가D램의 기초기술 교환 <>유럽지역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동 생산 등 다각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번엔 반도체 생산의 수율향상 기술을 함께 개발키로 했다.

수율은 반도체 메이커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각 업체마다 관련 기술은 최고의 극비로 숨긴다.

그런 기술 개발을 두 회사가 함께 개발키로 했다는 것은 앞으로 양사가
"함께 살기"의 전략을 택했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과 NEC가 공생키로 한 이유는 이렇다.

반도체의 주력제품이 16메가D램 이상급으로 고집적화되면서 독자적인
기술개발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세대가 높아질수록 생산 공정수는 2배씩 늘어난다.

모든 공정을 완벽하게 가동하면서 수율을 90%선으로 끌어올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반도체 산업협회 김치락부회장).

결국 두 회사는 "고집적 시대의 수율 90%"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 위해
"2인3각"체제를 구축키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과 NEC는 왜 서로를 반려자로 삼았을까.

그 원인은 크게 두갈래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서로 통할 수 있는 파트너"(삼성전자 이윤우사장)라는 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삼성과 NEC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정상을 다투는
기업들이다.

작년 세계시장 점유율만 보더라도 삼성(13.2%)과 NEC(9.7%)는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이말은 뒤집어 이야기 하면 그만큼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서로 손을 잡을 경우 다른 기업보다는 더 많은 기술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사실 두 회사가 유럽에서 실시하고 있는 협력생산은 "기대 이상의
효과"(삼성전자 이사장)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EC의 영국공장에서 가공한 웨이퍼를 삼성의 포르투갈 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통해 양사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시장에서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 관한한 NEC보다 나은 파트너는 찾기 힘들 것"(반도체
산업협회 김부회장).

또 다른 원인은 삼성과 NEC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다.

NEC가 지분 8.6%를 갖고 있는 삼성전관의 예전 이름은 삼성-NEC다.

지난 70년 삼성그룹과 NEC가 50대 50으로 자본을 제휴매 설립한
회사다.

과거부터 유지해온 이런 끈끈한 관계가 서로를 주저없이 파트너로
택하도록 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두 회사의 관계를 "공동운명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

삼성과 NEC는 관계는 겉으로 나타난 협력보다는 경쟁이 우선한다.

예컨대 NEC는 올해초 16메가D램 생산량을 올 연말까지 연산 2천만개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연산 2천만개의 생산능력은 삼성과 맞먹는 규모다.

다시말해 NEC는 대대적인 증산을 통해 삼성의 1위자리를 빼앗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세계 1위의 고지를 놓고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는 두 회사가 협력과
경쟁을 통해 어떻게 자신을 살찌워 갈 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