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를 해외에 건설, 중간재인 슬라브를
국내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임평규현대강관사장은 18일 "현대가 일관 종합제철소를 짓는다는 방침은
확고하다"며 "그러나 이는 반드시 국내에만 건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지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일관 제철소의 입지는 국내는 물론 외국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가 부산 가덕도등지에 연산 9백30만t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했다가 통상산업부의 반대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현대가 일관 제철소를 외국에 건설하면 정부가 반대논리로 삼고 있는
환경공해 문제를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사장은 "해외에 제철소를 건립하면 철광석 운임비와 연료 야적부지
등을 모두 절약할 수 있는데다 금융비용도 적게 든다"며 "국내에는 중간
제품인 슬라브만 들여와 이를 가공하면 국내에서 제철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철소 해외입지와 관련, 그는 "철광석 원산지로 석탄 가스나 석유
등이 함께 나오는 나라가 유리할 것"이라며 "인도 호주 남미국가들이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관계자도 "최근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인도의 기존 제철소를
공동 인수하자는 제의를 받았다"며 "해외 현지업체와 제철소를 합작
건설하거나 기존의 제철소를 공동인수하는 방안등을 포함해 다각도로
제철소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미 해외 제철소 건립의사를 정부에 설명하고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