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한국중공업 한국석유개발공사등 주요 공기업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기만료된 이들 회사 사장 인사와 관련,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초 이종훈한전사장이 유임된데 이어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한국중공업 주총은 돌연 30일로 연기돼 그 배경에 대한 해석도 구구하다.

특히 한중의 경우 주총 이틀전인 14일 갑자기 주총이 연기됐고
통산부는 이례적으로 "임원 선임문제가 지연됐기 때문"이란 연기
사유를 발표해 사장 인사를 둘러싼 "진통"을 반영하기도 했다.

오는 26일로 임기가 끝나는 이수강사장 후임에 박운서 전통상산업부
차관이 간다는 설이 주총연기 직전까지 유력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관가에선 이수성국무총리가 최근 사석에서 "한중의 이사장은
경영정상화에도 기여했고 단임인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고 한마디
했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한중관계자는 "한중의 이사장과 먼 인척이라는 이총리의 "입김"이
작용한게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더구나 이한중사장이 물러난다면 "내부 인사"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한중 내부의 정서도 주총연기에 배경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중에선 이사장과 함께 정광옥 이박일 정정운씨등 부사장 3명이 모두
임기가 만료돼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또 한중 주총연기는 이달말 줄줄이 단행될 정부투자기관및 공기업의
사장 인사의 판이 다시 짜여지는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기도 하다.

어차피 주요 공기업 사장자리에 앉을 만한 사람이야 한정돼 있는
만큼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아닌 "일괄 인사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미 내정자 소문이 나돌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수출보험공사 한국석유개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사장 인사도 예측불허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최근 주총직전까지도 교체될 것으로 알려져 있던 한 공기업
A사장이 유임된 예에서도 뒷바침된다.

과천 관가에선 이달초부터 "청와대와 안기부가 공동으로 작년말부터
주요 공기업 사장에 대한 경영평가를 은밀히 해본 결과 A사장은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교체가 확실시 된다"는 루머가 퍼졌었다.

이 보고서에선 장석정유개공사장이 공기업 사장 경영평가에서 1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어쨌든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도 "발표전까지는 오리무중"이란 YS식
인사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어서 설왕설래의 진상은 "그때 가봐야
안다"는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