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나 흙더미를 뒤저라. 곰팡이도 무시하지 말라"

현대판 연금술사로 불리우는 생물공학자들의 금언이다.

먼지 흙더미 그리고 곰팡이 속에 신물질 창조의 씨앗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근착 포퓰라 사이언스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나 관심권밖에
밀려나 있는 이들에서 "기적"을 찾아온 생물공학의 흐름을 추적, 관심을
끌고 있다.

생물공학자들은 한손에 "도깨비방망이", 다른 한 손에는 현미경을 들고
어둡고 습기찬 후미진 곳을 찾아다니는 탐험가들이다.

이들은 먼지 흙더미 곰팡이 심지어는 동물의 분뇨에까지 관심을 갖는다.

하찮게만 여겨지던 이들 속에서 발견된 신물질들이 헤아릴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사이클로스포린"으로 알려진 의약품이다.

장기이식때 나타나는 생체거부반응을 완화시켜 주는 이 약품은 스위스
산도스사의 한직원이 휴가차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 가져온 한줌의
곰팡이로부터 추출해낸것이다.

미 위스콘신대의 한학생은 옥수수밭에서 발견한 세균성 단백질이
"인공눈"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스키를 즐길수 있는 길을 터놨다.

인도네시아 사원 앞마당에서 채취한 한줌의 흙에는 전분을 설탕으로
만들어주는 미생물이 살고 있어 청량음료업자들로 하여금 쾌재를
부르게 했다.

어쩔수 없이 가축을 폐사시켜야 했던 기생충을 박멸하는데 효과적인
약품도바로 일본의 한 골프장에서 얻은 흙 속의 미생물에서 얻어졌다.

인류는 유사이래로 미생물을 응용,생활을 윤택하게 해왔다.

고대에는 맥주나와인등을 만드는데 발효균을 이용했다.

물론 1837년 이스트균이 발효작용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까지는
미생물의 작용과정등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균류로부터 대량으로 생산된 최초의 화학물질중 하나는 요즘 청량음료
등의 향료로 사용되는 구연산이다.

레몬이나 라임등 과일에서 추출했었던 구연산을 1917년 독일 파이자의
제임스 큐리란 화학자가 균류로부터 대량생산할 수있는 길을 열었던 것이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 40년대부터 항생제 페니실린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부터 미생물은 비로소 신약의 보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페니실린의 등장은 항생제시대를 열며 테트라사이클린 스트렙토마이신
테라마이신 등을 경쟁적으로 탄생시켰다.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이제 좀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난치병에 대한 특효약이나 음식첨가제 세제류등 일상생활속의 제품에까지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각국의 생물공학자들은 미생물을 찾아 더러운 곳도 마다
않고밖으로 나서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과 과학재단은 지난해 특별지원책을 마련, 연구자들의
미생물탐험을 독려하고 있다.

NIH산하 암연구소의 경우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특효약을
찾기 위한 생물공학연구프로그램을 늘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신기능생물
소재기술개발사업"을 G7과제로 선정, 관련소재발굴및 연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과정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먼지나 흙더미 또는 곰팡이로부터 추출한 미생물을 응용한 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지는 평균 2만개이상의 시료를 시험해야 한다.

그나마 운이 따라줘야 한다.

파이자의 경우 시험설비자동화의 도움으로 10년전보다 3백배나 많은
6개월에 30만번씩의 실험을 하고 있지만 혁신적인 신물질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드물기만 하다.

사막에서 바늘찾기로 묘사될 정도로 어렵다.

설사 신물질을 발견하거나 합성했다하더라도 임상실험을 거처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기까지 십수년을 기다려야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생물공학자나 업체들에게 있어 먼지나 흙더미 곰팡이 등은
일확천금의 매력덩어리임에 틀림없다.

생물공학자들은 그래서 뒤뜰이나 지하실 구석은 물론극지, 오지의
박쥐굴, 온천, 심해화산, 화석, 미이라속까지도 이잡듯 뒤지고 있는것이다.

특별한 환경에서만이 전혀 새로운 미생물이 발견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미 옐로스톤공원의 온천에서 열에 잘 견디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발견됐으며 남캘리포니아 핵발전소 지하 3백m지점에서도 거대
박테리아군이 대량으로 발견되기도 했던 것이다.

생명공학연구소 바이오신소재연구부의 고영희박사는 "무궁무진하게
널려있는 생물자원은 누가 먼저 찾느냐가 관건"이라며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미생물자원탐색및 연구를 보다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