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 제패"를 겨냥한 대우자동차의 "작전"이 시작됐다.

11일(현지시간) 가동에 들어간 루마니아 로대(RODAE)공장은 그
전초기지다.

대우는 올해 이 공장에서만 5만대를 만들어 연내 동유럽 최대공급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우는 지난해 이미 동유럽시장에서 3위업체로 올라섰다.

폴란드 FSO사에서 생산하는 폴로내즈모댈(기존승용차) 8만5천대를
비롯해 수출완성차 4만대, 체코 아비아사 7천대 등 13만2천대를 거뜬히
판매했다.

이 지역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 피아트(15만3천대)엔
2만대, 2위인 독일의 폴크스바겐(13만9천대)에는 불과 7천대 차이로
따라붙었다.

로대공장 생산물량을 현지 시장에서 소화할 계획이므로 1위 도약은
어렵지 않다"(유태창로대사장). 이 뿐 만이 아니다.

올 하반기부터 폴란드 FSO사에서 에스페로와 티코를, FSL사에선 씨에로를
각각 2만대씩 신규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폴란드시장에서 12만대 <>루마니아 6만2천대 <>체코 1만대
<>수출완성차 3만대 등 동유럽시장내에서만 올해 22만2천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만드는대로 다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우는 이 문제를 "현지 밀착형 마케팅"으로 해결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루마니아의 경우 현재 47개인 딜러수를 상반기중에 70개로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 할부판매제도를 도입해 현지 시장의 50%를 점유하는
게 목표다"(박동규 대우자동차 해외사업총괄 사장).

대우는 이같은 전략을 거점 지역인 폴란드 체코 등으로 확대해 2000년께
동유럽시장의 30%를 점유한다는 계획이다.

5년 뒤 생산 및 판매능력을 <>폴란드 22만대 <>루마니아 20만대 <>체코
7만5천대 등 52만5천대로 늘린다는 것.

"5년후엔 동유럽의 연간 자동차시장 규모가 2백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대우는 현지 생산분 만으로도 이중 25% 이상을 장악할 것이다"(최정호
대우자동차 유럽총괄 사장).

대우는 동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또다른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글로벌소싱"체제를 구축키로 한 것이다.

지역별로 특화된 부품을 생산한다는 것.

루마니아에선 브레이크시스템을 비롯해 엔진 트랜스액슬 등 10개 품목을,
헝가리에선 페이퍼 롤러와 베어링 등 2개 품목을 조달할 예정이다.

폴란드에선 서스펜션 시스템(현가장치) 쇽업서버(충격흡수장치)등 12개
품목, 우즈베키스탄에선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문짝 등 3개 품목을 생산키로
했다.

대우가 글로벌소싱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지 정부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현지부품 의무조달비율(Local
Contents)을 충족시켜야 하는데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격 경쟁력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이다.

이 회사의 또다른 야심은 동유럽을 기반으로 서유럽시장까지 공략해
나간다는 것.

"현재 EU(유럽연합)의 준 회원국들인 폴란드 루마니아 등이 2000년께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되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EU의 쿼터제 도입이나
반덤핑 제소 등 규제조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김우중회장)는 점을
계산에 넣고 있다.

물론 대우의 이같은 "야심"이 그대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장담키 어렵다.

현지 업체들의 "방어벽"을 제대로 뚫을 수 있을 것인지가 당장의
과제다.

예컨대 루마니아 시장의 경우 현지 업체인 다치아사가 승용차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의 "베를리나" 승용차 모델의 경우 대당 판매가가 3천4백달러로
씨에로(1만1천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피아트 폴크스바겐 등 서유럽 업체들과는 품질에서 맞겨뤄야 하는 데다
동유럽 현지업체들의 가격경쟁장벽까지 뚫어야 하는 이중의 과제가 가로놓여
있는 셈이다.

국제무대에서 "마케팅 왕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대우가 이들
과제를 매끄럽게 풀어낼 수 있을 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크라이오바(루마니아)=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