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기술연구원 자동차기술연구실 소음진동팀에는 15명의 ''전문의''가 있다.

전공과목은 다소 특이한 ''소음과''이다.

찾는 환자도 산업용 기계나 자동차 등으로 이채롭다.

이 곳은 처방전의 효험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환자들은 또한번의 특진을 위해 기다려야 할 필요가 없다.

성만 같다면 이웃 환자들이 갖고 있는 처방전대로 약을 쓰면 될 정도이다.

이들의 명성은 여러 환자들의 치료결과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94년에는 대우중공업의 공기압축기 SAV30모델의 소음을 90.9dB에서
78.5dB로 12.4dB나 낮춰 경쟁력을 높여줬다.

건타입 전자펌프를 장착한 대우전자 가정용보일러의 소음도 44dB에서
37.4dB로 감소시켜 일본의 경쟁제품의 코를 눌러버렸다.

대우중공업의 크롤러굴삭기 200LC-III의 소음 역시 유럽및 일본의 규제기준
(73dB)보다 낮은 72.1dB로 저감시켜 굴삭기를 일본에 역수출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지게차 D45SM모델의 소음저감결과는 세계최고 수준이란 평가도 받아냈다.

소음 흡판이나 부품디자인, 회전부품의 속도변경등 특유의 병인에 맞는
복합처방이 가능했던 덕분이다.

이들은 이같은 유명세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각종 소음치료법의 임상시험에
주력하고 있다.

이중 이이제이식의 능동적 소음제어시스템 개발연구가 돋보인다.

소음을 또다른 소음으로 다스리는 방법이다.

능동현가제어시스템 또한 개발중이며 지게차의 브레이크 마찰소음, 버스의
엔진소음등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특히 소리발생기를 통해 좀더 많은 산소를 각종 폐수에 투입, 정화하는
폐수처리시스템을 개발하는데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 팀의 책임연구원인 홍석윤박사(음향학)는 "현재 진행중인 연구과제가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이라며 "내년 1월 음향실험실이 가동되면 관련연구의
응용범위를 보다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홍박사는 또 "값싸고 튼튼한 제품에 눈길을 줬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
소비자는 안락하고 정숙한 제품을 선호하는등 고급선호추세가 뚜렷하다"며
"필요조건의 하나인 소음저감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