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입니다.

컴퓨터얘기만 나오면 벙어리신세를 면할 수 없어요.

그래서 여기 왔습니다"

지난 6일 오후 3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서울캠퍼스)
9호관 715호 강의실.

오후 1시30분 입학식을 마친 40명의 학생들이 멋쩍은 표정으로 자기소개를
이어 갔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체 전무급 이상의 중진들.반백의
머리카락에서 연륜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의 명함중에는 "회장"이란 직함도
찍혀있다.

얼굴모습과 지위는 다르지만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최고정보경영자과정"에
등록한 이들의 목적은 단 한가지.

"컴퓨터바보"딱지떼기이다.

정보화물결이 휘몰아치면서 컴퓨터학습열기가 나이를 무너뜨리고 있다.

아파트단지의 컴퓨터학원이나 대학의 정보통신관련 교육프로그램에
"나이든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생판 낯모를 정보통신업계로 자리를 옮긴 심중섭
코오롱정보통신사장도 테크노경영대학원 최고정보경영자과정에 등록,
이 대열에 합류했다.

"컴퓨터실력을 바둑으로 치면 10급정도에 불과해요.

컴퓨터를 모르면 세대단절이 더 심해지겠지요.

지금도 아이들과 얘기가 통하지 않아 답답한 때가 많아요.

업무와 관련해서도 그렇고요"

경영정보시스템(MIS)계획및 조직, 전략정보시스템(SIS)이란 주제의 13일
두번째 수업을 위해 시간을 쪼개 예습하고 있는 심사장은 그러나 이미
컴퓨터를 정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이다.

심사장을 비롯해 조해형 나라기획회장, 김영일 현대백화점사장, 문헌상
한국수출입은행장 등 4기동기생 모두 마찬가지 심정이다.

컴퓨터와 통신을 정복, 3기까지 120명의 선배들과같이 신세대 네티즌
소리를 듣겠다는 자세로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들중에는 물론 3기 졸업생인 민병수 오리콤사장처럼 컴퓨터 "도사"가
되기위한 "준도사"들도 끼어있다.

21세기 정보사회의 흐름에 눈뜨고 이를 토대로한 첨단경영관리능력을
앞서 키우기 위함이다.

6월까지 매주 수요일 이들이 이수해야할 과정은 엄격하기로 악명(?)높다.

80분짜리 45개강좌는 PC기본교육에서부터 인터넷, 전문가시스템,
금융공학 등 어려운 주제들로 꽉짜여져 있다.

총수업시간의 3분의1은 실습시간.

워드프로세서, PC통신,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베이스(DB)구축 등 4개의
실습과제는 PC통신을 통해 제출해야한다.

최종 연구보고서를 내야하며 4분의3 이상을 출석한 "모범학생만"이
수료증을 받고 천리안에 개설돼 있는 "전자동문회"에 얼굴을 내밀수 있다.

이들은 과연 이 과정을 탈없이 이수할수 있을까.

대답은 "예스"다.

한인구책임교수를 포함한 19명의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와 송병순
국제기업전략연구소회장등 3명의 초빙강사가 회초리를 준비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5명의 실습조교와 1명의 행정조교도 이들을 "왕도사"로 만들기 위해
씨름할 준비가 돼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컴퓨터를 알고 통신을 이해하려는 이들의
"향학열"이다.

한교수는 개강 첫날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이제는 컴퓨터 정보화물결을 거스를수 없습니다.

나이나 경력만으로 버틸수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보화추세를 알지 못하고서는 당장 도태될 수 밖에없지요" 한교수는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며 "배움의 의지만 갖고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