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퇴직자들의 모임인 성우회 사무실이 들어있는 강남구
논현동소재 우정빌딩.이 건물 6층에는 책상과 전화 한대를 갖춘
3평짜리 사무실 11개가 들어있다.

삼성그룹이 퇴직자의 개업을 돕기위해 마련한 "창업지원센터"로
임원급으로 물러난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임대료는 무료.전화요금도 그룹에서 대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창업자금도 빌려준다.

삼성은 "실버플랜"의 하나로 퇴직임원들을 돕기위해 지난 94년말
창업지원센터를 개설했다.

현재까지 6명의 퇴직임원들이 이 사무실을 거쳐 개인사업자로 변신
했으며 지금도 11명이 새 일자리를 찾아 열심히 다이얼을 돌리고있다.

퇴직자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있도록
돕는 실버플랜이나 퇴직자 지원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있다.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친" 퇴직자의 "공"에 대한 보답이라고나
할까.

이제 "성우회"(삼성) "LG크럽"(LG "우인회"(대우) "유선회"(선경)
"송죽회"(코오롱) "진가회"(진로) 등과 같은 퇴직자들의 모임에
사무실과 운영자금을 대주는 것은 기본이다.

삼성처럼 같은 빌딩내에 창업지원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창업자금을 빌려주는게 보통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써비스는 올해부터 자동차정비공장을 설립하는
퇴직임원들에 3년무이자 7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최고 6억원까지
대주고있다.

회사에서의 경험을 살려 개인사업자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아남전자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회사는 퇴직임원들에 대해 1천2백만원 범위내에서 점포개설에
필요한 보증금과 권리금을 빌려준다.

퇴직자들을 돕고 동시에 판매를 확대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겨냥한
제도다.

퇴직전의 사내교육을 통해 퇴직자들이 퇴직후의 삶을 설계할 수있도록
지원하는 회사도 적지않다.

포철은 명예퇴직제를 도입한 지난 95년 퇴직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새로 마련했다.

학원수강지원 사외위탁교육 포스코 그린라이프( Green-Life )연수회개최
등으로 특히 학원수강의 경우엔 주택관리사 자동차정비사 공인중계사등의
자격증을 따 재취업할 수있도록 월60만원범위 내에서 수강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그린라이프 연수회에선 퇴직금 활용방법과 건강관리법등을 가르쳐준다.

미원그룹과 유공도 포철과 비슷한 퇴직준비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이중 유공은 퇴직전 6개월간을 퇴직준비기간으로 이 기간중엔 아예
기존 업무에서 손을 놓게 한다.

대신 재테크기법 건광관리법등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이 외에 기아자동차 처럼 퇴직자들에게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결혼기념일에 꽃을 보내줌으로써 회사에 대한 애정을 계속 유지할
수있도록 신경쓰는 기업들도 있다.

대기업들이 퇴직자 관리에 앞장서 나서고 있는 것은 비단 퇴직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복지수준 향상과 함께 회사 차원에서도 퇴직자들에 대한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사회적 책임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현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목적도 일부 있다.

제도적으로 퇴직후를 보장해 줌으로서 종업원들의 애사심을 높히고
근무의욕저하를 막는다는 것.유공 총무부의 최규철씨는 "회사에서
마련한 퇴직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그동안 가져왔던 퇴직후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정년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으며 이제는 이제는 퇴직후 체인점을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웠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퇴직자들에 대한 관리가 각 기업들의
주요 과제중의 하나가 됐다.

우리사회가 "고령화단계"로 접어 그만큼 정년퇴직자의 수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명예퇴직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있어 기업들의 "퇴직자 지원제도"는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