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진대제 부사장과 LG반도체 이희국 상무.

반도체 분야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국보급 박사"다.

진부사장은 16메가D램 개발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한국 반도체의 간판스타.

이상무는 지난 85년 1메가롬(ROM)을 개발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메가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라이벌기업의 기술분야 간판스타로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있는
두사람은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둘도없는 친구사이.

동갑내기(44세)인 이들은 경기고 66회 동창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
(70학번)와 미스탠포드대학도 같이 다녔다.

진부사장과 이상무는 유달리 박사를 많이 배출해 "박사기수"로 불리는
경기고 66회 동기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재.

재학시절 전교 1등과 2등은 언제나 두 사람의 차지였다고 한다.

진부사장과 이상무는 학교에서 뿐만아니라 사회에서도 맞수의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이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들어간 첫 직장은
공교롭게도 PC분야 라이벌인 미 IBM(진부사장)과 미 휴렛 패커드(이상무).

두사람은 세계 PC업계의 양대 산맥인 IBM과 휴렛 패커드의 연구원으로
첨단반도체 기술 개발경쟁을 시작했다.

두사람간 라이벌전이 태평양을 넘어와 한국에서 재현된 것은 지난 85년.

진부사장이 82년 금성반도체통신(LG반도체 전신)으로 자리를 옮긴
이상무의 뒤를 따라 삼성전자에 들어오면서 부터다.

그는 당시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만류하는 IBM사장에게 "일본을
이겨보기 위해 간다"는 말을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진부사장은 삼성에 합류한 뒤 4메가와 16메가D램을 연속해서 개발했다.

64메가와 2백56메가D램 개발을 주도해 일본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섰다.

지난 93년 미국 포춘지는 그를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로 지칭하기도
했다.

진부사장이 개발한 반도체 제조기술이 아직도 미국 대학의 교과서에
"진대제모델"로 올라있는 데서나, 과장으로 입사한지 11년만인 올해초
부사장에 오른 것에서나 그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이상무는 진부사장처럼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국반도체 산업
발전에 중요한 디딤돌 두 개를 놨다.

하나는 국내 처음으로 반도체 메가시대를 연 것.

그는 64KD램이 주력상품이던 지난 85년에 기술적으로 두 단계나 뛰어
넘어 1메가롬을 개발해 냈다.

당시 일본의 덤핑공세로 싹이 말라가던 한국 반도체 산업에 "우리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던져준 쾌거였다.

이상무는 이 공로로 85년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했다.

또하나의 공적은 반도체 제조의 최첨단 기술인 CMOS(상보성 금속산화막
방식)기술이 국내에 뿌리내리도록 한 것.

CMOS기술은 미 LSI사의 코리건회장이 "당신이 그 기술을 6개월내에
개발한다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식사를 사겠다"고 조크를 던졌을 정도로
개발이 용이치않았던 기술.

그래서 그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식사"를 대접받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진부사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개발은 물론 영업과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이상무는 LG반도체의 차세대 반도체 연구기관인 ULSI기술연구소장으로
2백56메가D램 2세대 제품과 1기가D램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우정"과 "경쟁"이라는 두 개의 바퀴를 단 마차를 타고 이들이 벌이고
있는 선두레이스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밝게 비쳐줄 게 분명하다.

<조주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