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이현정양(20.연세대 문헌정보학과
2년)이 베트남과 미얀마에서 신분을 감추고 국제자원봉사활동을 벌여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양은 지난달 29일부터 16박17일간 삼성화재가 주관한 국제봉사단
(스타지오) 활동에 참가, 현지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의료 예체능 컴퓨터등을 전공하고 있는 남녀대학생 30명과 각 분야 전문인
등 모두 65명으로 구성된 이들 국제봉사단원들은 선발과정에서 60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이양은 그러나 면접과정에서 자신의 가족관계를 알리지 않은 채 당당히
합격, 삼성화재측도 처음엔 이명예회장의 외손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고.

"하이텔을 보고 동아리 친구와 함께 지원했데 처음엔 아버지(이동혁.49.
고려해운사장)와 어머니(이혜숙.43.이명예회장의 3녀)가 더운데서 고생이
많을 거라며 말렸어요.

그런데 성북동 외할아버지를 찾아뵙더니 보람있는 일이니 한번 해보라고
허락하셨어요"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활동으로 약간 그슬린 얼굴인 이양은 "가족들과
함께해외여행을 해본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의미있는 해외나들이를 해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1남1녀중 맏딸인 이양은 "남들도 하는 평범한 일인데 대기업회장 가문
이라고 해서 굳이 신문에 낼 일이 아닌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이기도.

혹시 남들이 이웅열 코오롱그룹회장의 외조카인 사실을 알면 색안경을
끼고거리감을 느낄봐봐 이양은 보름 넘게 봉사단원과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신분을 깜쪽같이 감췄다고 털어놨다.

이양이 속한 컴퓨터팀은 삼성전자가 기증한 최신PC 586컴퓨터로 베트남
적십자 단원과 미얀마 양곤외국어대학생들에게 도스기본 윈도우실습 등
컴퓨터 기초과정을 가르쳤다.

또 의료팀은 미얀마 까바에병원과 베트남 농촌에서 순회 의료캠프를
운영하면서 피부질환 등을 진료, 현지 주민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더욱이 예체능팀 장애인팀 캠페인팀등은 섭씨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태권도와 탈춤을 가르치고 청소 마약퇴치활동을 하는 등 민간사절 활동을
톡톡히 해냈다.

이양으로부터 컴퓨터를 배운 아웅 뚜 윈(29.미얀마 양곤외국어대학
한국학과)군은 "이곳에는 컴퓨터가 없는데 예쁜 강사로부터 컴퓨터를 배워
너무좋다"며 활짝 웃었다.

귀국에 앞서 지난 12일 호치민 뉴월드 호텔에서 펼쳐진 우정의 행사에선
한국의 봉사단원과 베트남 적십자단원 3백여명이 어우러져 석별의 아쉬움을
나누기도.

삼성화재 이종기 부회장은 "공익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스타지오 국제봉사단 활동을 기획했다"며 "현지인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앞으로도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 호치민=정구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