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문을 연 중소기업청의 민원실에 쏟아지고 있는 전화문의중
대부분은 자금을 지원받을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내용이다.

값싼 정책성자금을어떻게 지원받을수 있는지 알아보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성자금이 결코 적은게 아니다.

창업에서부터 시설투자, 입지마련, 유통, 기술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자금이 단계별로 중소기업에 지원된다.

정부는 구조개선자금의 경우 당초 올해 지원규모를 1조원으로 잡았다가
2조원으로 확대하는 의지도 보였다.

연 7%에 3년거치 5년분할상환이라는 좋은 조건으로 지원되는 이 자금을
배로 늘린 것은 그만큼 중기지원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엿볼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만 간다.

기협중앙회가 조사해 14일 발표한 "4.4분기 중소기업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업체의 61.8%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이비율은 작년 3.4분기보다 5.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통계로 나타나는 자금불만은 통산부가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애로상담회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확인할수 있다.

지난 1월22일 부산지역애로상담회장.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의 간단한 정책설명회가 끝난뒤 J금속의 I사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대부문의 정책자금들은 시설투자용입니다. 중소기업을 위한 메뉴가 많다고
하지만 긴급운전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쓸만한 자금은 없습니다"

운전자금용 지원규모가 부족하다는 불만은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들의
경우에는 극에 달하기 일쑤다.

시설자금공급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반면 운전자금은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미친다.

불만과 요구는 이어진다.

상환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것에서부터 정책자금에도 버젓이 구속성예금
(꺽기)을 강요하는데 대한 불만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들의 바람은 끝이
없다.

자금지원과 관련, 단골메뉴로 등장하는게 신용보증확대문제다.

담보가 없을 경우 신용보증기관들로부터 보증서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담보평가율이 낮으니 대기업과 동일한 평가가
되도록 해달라" "본인도 모르게 금융기관이자를 이틀 연체하는 바람에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지 못했다. 규정을 융통성있게 적용해 달라"
"신용보증한도가 업체당 15억원이고 매출액의 4분의 1인데 이를 확대해
달라"

중소기업애로상담회에서는 이처럼 신용보증확대요구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관들은 재무제표등을 토대로 기업의 신용상태를 기계적으로
평가하고 기술개발 경쟁력등을 고려한 성장가능성까지 감안, 일정한 점수
이상을 얻은 업체에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무한대에 가까운 업체의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게 현실이기도 하다.

자신이 어떤 자금을 지원받을수 있는지도 모르는 중소기업도 있다.

통산부관계자는 "2-3명의 근로자와 경리 1명정도를 데리고 자신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팔며 대외기관을 찾아다니는 업자들은 어떤 정책자금을 어는
곳에서 빌려야 할지 제대로 알지 못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돈이 중소기업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앞으로는 정책성자금지원규모를 줄일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보조금성격을 가진 정책자금은
더이상 지원할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금융기관에 중소기업지원을 지나치게 강조해 금융자율화에 부담을
주고 있다"(어윤대 고려대교수)는 시각도 팽배, 정책적 지원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같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게 뭔지를 찾아 해결해주는 새로운
서비스행정을 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항상 지원후보군에 들어갈수 있도록 자기신용을 쌓는데 주력해야
한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