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덜주기" "상호 인격 존중하기"

기업 내부 조직원들간의 문화가 "소프트"하고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조직원들의 "인성"과 "감성", 심지어는 "감정"마저 중시하는 조직내
분위기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조직제일주의"를 지향했던 과거 대량생산시대의 기업문화가 "조직원
제일주의"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한솔그룹은 올들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컨디션 알림 카드제"를 실시중
이다.

이회사는 개인용 컴퓨터의 상단에 스스로 자신의 컨디션 카드를 걸도록
했다.

이에따라 컨디션이 좋을 때는 "녹색카드"를, 보통일 때는 "노란색카드"를,
나쁠 때는 "빨간색카드"를 각각 건다.

심리적 상태나 육체적 컨디션을 스스로 평가해 같은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
에게 알려줌으로써 불필요한 마찰이나 스트레스를 줄이자는게 이 제도
도입의 배경.

"노란색이나 녹색카드를 건 경우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빨간색 카드
사원에게는 업무지시를 할 때도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공삼석 한솔그룹 기획실과장)

삼성전관이 벌이고 있는 "한사랑메아리운동"도 마찬가지다.

이 운동은 <>바로바로 칭찬하기 <>하루 세번 칭찬하기 <>선배가 먼저 칭찬
하기 등.

이를테면 "칭찬의 생활화운동"이다.

"칭찬은 무슨 칭찬.몰아붙이고 다그쳐야 조직은 굴러가는 법"에서 "진심
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은 개인의 창의력과 활기찬 조직문화의 원천"이라는
발상의 대전환이다.

조직원의 감정이나 감성이 생산성을 좌우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주)대우 역시 과장급 이상 직원들간에 서로 "듣기좋은 말 사용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직 내부에서 상호 인격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이는 곧 생산성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문화의 이같은 변화는 최근의 사회상과 무관치 않다.

70년대 대량생산시대가 요구하는 조직원이 "산업전사형"이었다면 90년대
소량다품종생산시대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인간형"이 요구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산업전사에겐 "지시와 복종"만이 유일한 가치였지만 창의적인 인간은
"인성과 감성"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최근 삼성그룹내에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업원 만족도조사"는
이같은 점에서 시사적이다.

의외로 1위를 차지한 계열사는 삼성종합화학.

인지도도 낮고 보수도 그룹내에서 최고라 할 수 없는 회사다.

그러나 종업원의 만족도는 최고였다.

설문조사 결과 "사장이 사원들의 집들이에 초대받아 같이 간다" "부서내
상사가 인간적으로 대해준다"는 등의 극히 "사소한 이유"가 제시됐다.

반면 그룹내 최고의 수종사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하위에
속했다.

기흥 반도체공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3교대로 돌아가는 공장 특성상
같은 부서 직원이라도 일주일내내 얼굴 한번 못보는 동료가 많다"고 말한다.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보수나 대외적인 인지도만으론 조직원이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조직도 급여나 승진등의 인센티브만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미국 코닝사는 회사직원 상호간에도 서로 감사편지를 보내는 "댕큐레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이미 통산성산하에 인간의 감성문제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감성기업연구소"를 설립했다.

국가차원에서도 조직원의 감성을 다루고 있다는 얘기다.

"데카르트적 합리주의"에서 "감성시대"로의 변화는 시작됐다.

인간미가 흐르는 조직이 가장 좋은 조직이라는 인식이 국내 기업들에도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