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체감경기가 썰렁하다.

정부가 밝힌 "지표하락" 가지고는 설명이 안될 정도다.

상용차가 안팔리고 맥주소비도 줄었다.

단순히 소비만 줄어든게 아니다.

중소기업 창업이 안되는가 하면 부도는 급증추세다.

기업이고 소비자고 할것없이 모두 한파를 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1월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몇분야를 골라 동향을 짚어보았다.

======================================================================

[[[ 자동차 / 가전 ]]]

1월중 상용차는 3만6백46대(완성차 3사 기준)가 팔려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13%나 줄었다.

특히 업체들이 1월중에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했음에도 상용차 판매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전반적인 경기부진의 여파가 차판매에 직접적인 악영향
을 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당분간 ''하향곡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
는 우려하고 있다.

이 기간중 승용차판매는 9만9천1백91대로 전년동기대비 11.3% 늘었지만
이는 내수판매의 회복이라기 보다는 무이자할부판매로 인해 대기수요를
앞당긴데 따른 것이다.

그러니까 할부판매를 하지 않는 2월과 3월에는 내수판매가 위축될 소지가
많다는 얘기다.

한편 컬러TV의 경우 가전3사의 1월 한달간 판매물량은 20만4천5백대로
전년동기의 20만8천대에 비해 2.5% 감소했다.

LG전자는 지난 1월 8만9천대를 판매해 지난해 1월보다 판매량이 1천여대
줄었으며 삼성전자는 전년동기대비 4% 감소했다.

대우는 지난해 1월 3만2천대에서 올해 1월 3만5천대로 판매량이 소폭
늘어났다.

<이성구기자>

[[[ 주류 ]]]

연초부터 주류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맥주의 경우 올 1월엔 1천2백50만상자(5백ml 20병들이)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돼 전년동기의 1천3백90만상자보다 오히려 10%가량 줄어들었다.

소주는 최대사인 진로의 판매량이 3만2백71kl로 전년동기보다 9.7%
늘었으나 이는 94년말 소주값인상으로 95년1월 판매가 극히 부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대를 밑도는 수치이다.

양주 역시 고성장은 지속하고 있으나 각사 목표량의 90%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처럼 주류판매가 부진한 것은 불경기의 영향이 크다는게 일선 영업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술판매량은 보통 실물경기를 2-6개월정도 늦게 반영하는데 작년 하반기
이후의 경기위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비자금정국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은데다 대학입시기간
이 길고 날씨가 추웠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회복이 불투명한데다 전반적인 주류소비 둔화추세에
비추어 양주를 제외하면 올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 이영훈 기자 >

[[[ 백화점 ]]]

백화점도 새해들어 매출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미도파등4개 대형 백화점의 1월 매출증가율은 지난해
43.4%에서 올해는 12.6%로 크게 떨어졌다.

백화점업계는 올 1월 매출부진의 요인으로 설날이 지난해에는 1월에
있었으나 올해는 2월에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프라이스클럽같은 대형 할인점이 속속 생겨난 것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백화점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경기하강에 따른 소비심리위축도 매출
증가율하락의 주요 요인이 된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백화점 매출은 체감경기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형백화점외에 중소형 지방백화점들은 매출이 더욱 부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추세속에서 올 설특수가 지난해만큼
좋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현승윤 기자 >

[[[ 창업 / 부도 ]]]

올 1월 신설법인의 설립도 저조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1월중 신설법인수는 1천3백57개였으나 올 1월은 1천2백69개사로
지난해보다 88개사가 줄었다.

지난 94년의 1월의 신설법인수는 1천2백36개사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였다.

이같이 올들어 신설법인의 설립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경기연착륙에 대한
불안감과 특히 우성그룹의 부도에 따라 창업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의 끝없는 부도도 창업분위기를 위축시켰다.

지난해 중기부도는 1만4천여개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불구,
올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월중의 중기부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2.9%가 늘어나 6백69개사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중 서울및 5대광역시에서 부도를 내 당좌거래를 정지당한
업체는 6백94개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최대의 부도를 기록한 지난 95년의 같은기간의 5백개업체에 비해
무려 4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방건설업체의 경우 지난 1월중 하루평균 2-3개 업체가 부도를 내
지난해 같은기간의 1-2개 업체보다 부도업체가 2배정도 증가했다.

금융권관계자들은 "부동산경기침체와 경기양극화의 영향으로 지방의 건설
업체및 중소 제조업체의 부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