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체들의 기술도입 패턴이 바뀌고있다.

기존 유명약품의 제법을 들여오던데서 벗어나 신약후보물질의 판권을
상품화되기 전에 미리 사들이거나 생산시설없이 연구만 전문적으로
하는 외국벤쳐기업의 기술을 들여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있는 것.

사전에 기술개발비를 지원하거나 입도선매하듯 미리 계약을 해놓는
방식이다.

상아제약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상아제약은 지난해 미국의 생명공학및 백신기술 연구전문업체인 아비론사에
10%의 지분참여를 한데 이어 이 회사가 연구중인 코분무형 인플루엔자생백신
등 9개 품목에 대해 품목당 75만달러의 개발비를 지원했다.

상품화에 성공할 경우 미국시장 판권의 30%와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6개국
에서의 판권 전부를 갖는다는 조건이다.

상품화되면 추가로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조건이 하나 더 붙어 있긴 하나
상아는 ''해볼만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인플루엔자생백신 한품목의 시장만도 2억7천만달러(2000년 미국시장 기준)
로 예상되는 등 시장성이 높은 품목들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따라서 앞으로는 이같은 방식의 판권확보를 계속 추진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상아제약 뿐만이 아니다.

삼양사 일양약품 데이몬팜 부광양품 등도 형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같은 방식으로 외국기술을 들여왔다.

삼양사는 피부전달약물제형을 연구하는 벤쳐기업인 미테라테크사로부터
여성호르몬(에스트라디올)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협심증치료제
(니트로글리세린) 등 3품목의 패취제 제조기술을 품목당 1억원에 도입했다.

삼양사는 오는 97년부터 이들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일양약품은 영국의 벤쳐기업인 에치칼사로부터 매출액의 4%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여성의 폐경기증후군 및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매트릭스타입의
에스트로젠 피부전달약물 제조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생산에 나섰다.

또 에치칼사가 개발중인 피부흡수제형 항생제의 제조기술도 들여와
패취제의 생산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또 데이몬팜은 지난해 9월 2백만달러의 지분을 미국 네프로브사에
출자해 암진단시약 및 면역요법을 이용한 암치료제 등 10개 품목에 대한
한국 중국 태국 등 동남아6개국에 대한 판권을 얻는 계약을 쳬결했다.

데이몬팜은 개발중인 암진단시약이 암조기발견과 미세암조직진단을
통한 효과적인 암절제술에 큰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 현재 임상 3단계를
마치고 미FDA(식품의약국)의 정식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안으로
승인이 나 생산이 시작되면 판권을 획득한 지역에서 4천억원대의
시장형성이 가능하리라고 내다봤다.

부광약품은 지난 12월 예일대학과 조지아주립대학이 미정부보조로
개발한 항B형간염 바이러스물질에 대한 전세계 시장에 대한 판권을
확보했다.

이 간염치료제는 현재 물질추출이 완료돼 올해 세계특허가 출원됐다.

이 회사는 판권확보계약에 따라 임상실험비용 50억원, FDA승인 및
상품화후 로얄티지급액 약16억원, 양대학연구기금 지원등을 포함,
총 80억원의 자금을 쏟아붓게 된다.

부광은 이 물질이 기존의 인터페론에 비해 B형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살균효과가 탁월하다며 2천년께 이 물질의 세계시장은 9~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체들이 종전과 달리 외국벤쳐기업과 손잡고 상품화되기
전에 미리 기술을 들여오는 것은 우선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상아제약관계자는 유명약품의 기술을 들여오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절반정도 밖에 들지않는다고 밝힌다.

두번째는 국내업체들의 신약개발력과 임상실험체계미비로 신약개발이
여의치않기 때문.

사전기술도입이 대형업체보다는 중견업체나 신생업체에 특히 많은 것도
이때문인데 업계관계자들의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사정이 기술은 있어도
자금력이 없는 외국벤쳐기업간에 이해가 맞아 떨어져 이같은 형태의
기술도입은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세번째로는 기존 유명제품을 흉내내는 방식보다는 아예 첨단 신약을
선보이는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용이하다는 판단을 꼽을 수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개발중인 신약이 어느정의도의 상품서을 가질지가 미지수다.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지못하면 투자비만 날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외국의 기술을 사오기만하다보면 자체기술기반을 쌓을 수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형업체가 이같은 방식의 기술도입에 소극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기적 측면도 배제할 수없지만 제약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은
방식의 기술도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종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