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명예회장은 곧바로 "집에서 쉬기엔" 너무 정정하다.

올 신정연휴를 미국에서 보내 한동안 해외여행 계획도 없다.

성북동에서 무교동으로의 오랜 "출근코스"는 한동안 변함 없을 거란
얘기다.

집무실도 17층 예전 회장실 그대로다.

명패만 "명예회장실"로 바뀌었을 뿐.

결제권이 없어진 무료함을 무엇으로 달랠까.

평일골프모임도 자주 가질 예정이지만 매일 나가기는 어렵다.

지난 연말 고별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연인이 되면 해보고 싶은게
많다"고 했다.

그가 원하는 건 "벌기보다" 어렵다는 "돈 쓰기".

낙도어린이돕기 청소년수련장확충 마라톤육성사업 등엔 얼마가 들어도
아까워하지 않던 그였다.

이 일만은 아들에게 넘겨주지 않을 모양이다.

노인복지사업도 "새로 찾은" 아이템이라고 한다.

이명예회장이 완전한 자연인이 된 건 아니다.

해결할 게 하나 남아서다.

오는 2월말일 정기총회 이전까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경영자총협
회의 후임회장을 고르는 일.

대상자들이 고사하고 있는 상태여서 2월 한달은 계속 바쁘게 됐다.

주위에서는 한동안 "섭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회장이)의논해오면 옛 경험을 들려주는" 정도로 간섭을
최소화할 생각이다.

그러나 "효심깊은" 이회장이 자주 찾아온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몇년 동안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돈을 벌면 고향에 돌아와 살며 석양에 해질 때면 보리밭을 거닐겠다"는
어린시절 그의 꿈은 이래저래 몇년은 더 지나야 이뤄질 전망이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