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박병철과장(37).

자타가 공인하는 투철한 장인정신의 소유자다.

84년12월 입사, 올해로 만11년의 경력.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이 기간동안 그는 오로지 한 차에만 매달려왔다.

그리고나서 드디어 결실을 보게된게 지난 93년 첫선을 보인 "스포티지".

기아내에서는 그가 이 차를 양아들로 삼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사실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로 처음 출발, 한 차종 개발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참여해 왔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게 가장 큰 보람이죠"

그가 "스포티지" 개발에 처음 참여한 것은 입사후 2년만인 87년.

RV(레저용 차량)의 독자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의욕만 가지고 출발한 그에게는 수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모델이 없어 기본적인 컨셉트 단계부터가 쉽지 않았고 디자인 설계
샤시개발 등 모든 과정이 고통 그 자체였다.

결국 1백30여대의 시작차와 7천여매의 도면이 쌓이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서야 하나의 완성차를 내놓을 수 있었다.

그는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94년 미국에 수출, 그해에 미국 "포퓰러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1백대
신상품에도 선정됐고 작년 도쿄모터쇼에서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어요.
이는 개발과정에서부터 기본적인 컨셉트에 충실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기아가 최근 선보인 스포티지 그랜드와 2도어의 개발에도 주역으로
참여했다.

독자적인 기술로 끝까지 승부를 걸겠다는 "근성"이 엔지니어의 기본 자세
라는게 평소 그의 지론.

"미국의 도로를 달리는 우리 차를 발견할 때, 유럽 현지공장에서 조립된
차가 소비자들에게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때가 가장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원대한 계획보다는 엔지니어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에게서 진정한 장인의 길이란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