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시간이라도 집중해서 업무효율을 높이자"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 효성테이타시스템 사무실.

발걸음이나 전화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없다.

11시30분까지 온통 고요에 휩싸인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루 4시간 동안은 부서간 전화를 걸지도 않고 상사가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도 없다.

"집중근무시간"에는 사장조차 임직원을 불러들이지 않는다.

효성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6월.합작회사인 일본 히타치사에
출장 다녀온 직원들의 제안에 따른 조치였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로서 연구개발등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작년 7월부터 오전 9시에서 11시까지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했다.

회의나 업무지시는 물론 불필요한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다.

사내방문 커피마시기 담배피우기 등도 일절 금지된다.

자기업무만을 챙기도록 하는 "맥스 2"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

작년 10월부터는 이 제도를 확대,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2시간동안 고유업무에 전력투구토록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정정모기획실 부장은 "사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이제는 거의 정착된 단계"라고 말한다.

코오롱상사의 일상지원본부는 오후 5시부터 1시간동안은 직원간에 일체의
접촉을 금지시키는 "터치제로 타임"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어떤 지시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서간 전화통화도 금지된다.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일은 부장 과장 등 간부들의 몫이다.

일상지원본부가 터치제로 타임제도를 도입한 것은 평상시 다른 부서를
지원하는 일에 주로 매달리다보니 정작 자기부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원본부 관계자는 "비록 한시간에 불과하지만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어
몇시간과 맞먹는 근무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조기출퇴근제" "변형근무시간제(Flexible Time)" "토요격주휴무제" 그리고
"집중근무시간제"....

최근 몇년간 국내 기업들이 도입한 새로운 근무형태들이다.

토요격주휴무제는 이미 보편화된 상태다.

LG 선경 쌍용 한화 등 대부분 대기업그룹에서 실시하고 있다.

출퇴근을 자유롭게 하는 플렉시블타임제는 LG전자와 LG화학이 작년 2월부터
실시한 뒤로 쌍용정유가 지난해 7월 도입했다.

조기출퇴근제는 삼성그룹이 주도한 이후 쌍용 미원 금강그룹 등으로 확산
되고 있다.

이같은 조기출퇴근 플렉시블타임제 등 변형근무제도는 기존의 근무시간대
자체에 근본적 "혁명"을 단행한 것인데 비해 현대엔지니어링 효성시스템
등이 시행하고 있는 집중근무시간제는 "제도권내 개량"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또 적용 대상이 "화이트칼러"로 불리는 사무직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다르다.

이 제도의 핵심은 낭비시간을 최대한 줄여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시테크".

화이트칼러의 시간생산성을 높이자는 얘기다.

과거 테일러시스템 포드시스템 등 블루칼러(생산직)를 중심으로 불었던
생산성혁명 붐이 화이트칼러로 과녁을 옮기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 연구기관이 화이트칼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직무조사및 업무분석
결과에 따르면 하루 8시간 가운데 실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간은
3시간내지 4시간 정도다.

업무와 관계없는 전화, 불필요한 회의, 잦은 커피타임 등으로 업무의 흐름
이 끊어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업무시간의 전략적 활용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집중해서 일할 경우 1시간이면 끌낼 일을 도중에 걸려온 전화 한통 때문에
망치는 수가 허다하다.

단 1분짜리 통화를 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61분에 일을 마치기는 힘들 것이다.

시간생산성과 업무집중도는 비례하게 마련이다"(일본능률협회 산하 컨설팅
회사의 히라타이사).

혼다 미쓰비시 도레이 시세이도 등 일본기업들은 이같은 이유로 한국보다
한발앞서 집중근무제도를 다투어 실시해 왔다.

그러나 한국업계는 아직 도입 초기단계여서 시행착오가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바람에 최근
시행을 중단한 외환카드의 경우가 대표적 예다.

한국능률협회 컨설팅의 박상곤 선임연구원은 "집중근무제도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스스로 자기시간을 통제하는 시간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장진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