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신탁회사화되고 있다.

한은이 12일 발표한 "95년중 예금은행 수신동향"은 이런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탁계정비중(47.1%)이 고유계정비중(45.9%)보다 높아졌다.

사상 처음이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양도성예금증서(CD)를 포함한 총수신에서 신탁계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부수업무인 신탁이 고유업무보다 비대해진 셈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신탁회사화되는 원인은 여러가지다.

1, 2금융권간 금리경쟁이 가속되면서 은행들이 신탁배당률 높이기에 주력한
것이 첫번째다.

또 비교적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일정액의 마진(신탁보수)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지급준비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되는등 고유계정에 비해 각종 규제가
덜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원인으로 인해 개별 은행들의 총수신증가도 신탁이 주도했다.

지난해말 현재 한일은행이 11조6천4백60억원을 기록하는등 6대 시중은행의
수탁고가 94년말 8조원대에서 지난해말에는 10조원 넘어섰다.

한햇동안 신탁증가액을 은행별로 보면 <>외환 3조8천억여원 (전년말대비
증가율 51.3%) <>하나 3조4천1백억원 (63.4%) <>농협 3조4천80억원 (86.7%)
<>조흥 2조8천3백억원 (33.7%) <>신한 2조8천억원 (38.5%)순이었다.

신탁비대화는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시장금리가 하향세를 보이는 상황이다보니 배당률도 떨어질수 밖에 없다.

자연 가입당시 높은 배당률을 기대했던 고객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통화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통화관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고유기능인 예.대업무가 위축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은행들이 당장 수신고를 늘리기 위해 신탁을 활용, 신탁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은행들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